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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Nov 27. 2021

편의점, 도시의 가로등

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가끔 밤길을 걷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적 없이 그냥 걷는다. 밤이 깊어지고 도시에는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져 갈 때까지 나는 하염없이 그냥 걷는다. 그러나 도시의 거리는 여전히 불이 환하다. 편의점이 마치 가로등같이  일정한 간격을 맞추며, 우리를 안내하며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편의점은 현대적으로 체계화된 유통시스템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면서도 24시간  쉬지 않고 열려있다. 모든 물건들은 효율적으로 최적화된 선반과 창백한 전등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다.  서로를 미안하게 만드는 좁은 복도와 많은 담배광고판까지 무엇 하나도 인간적이지 않은 공간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편의점은 낭만적이다. 편의점에 들려 무엇인가를 사는 풍경은 외롭고 힘든 시간이나 바쁜 현대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주된 배경으로 사용된다.


창문을 바라보며 배치된 간이 식탁과 편의점 앞에 펼쳐진 야외 파라솔 테이블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사건이 전개된다. 한국의 편의점은 야외에 전개된 파라솔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타 내가 다녀본 국가들의 사례와는 다른 특이점이라고 여겨진다.


상업과 공공의 역할이 오묘하게 섞인 이곳은 현대화된 주막이자, 진화된 동네 슈퍼마켓의 평상이다. 각종 브랜드 로고가 난무하는 파라솔과 의자에 앉아서 모근 것이 상업화된 이 전초기지에서 우리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도시의 거리를 지킨다. 우리는 도심지 어디를 가더라고 대략 500미터마다 이 반복된 풍경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강렬한 청색의 내부 전등이 도시의 가로를 비추는 가로등이 되어 나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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