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2011년 가을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졸업작품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입사지원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막연한 미래에 대해 혼자만의 어떤 상상을 하고 있었다. 가고 싶은 회사와 대략 십 년 후의 건축가로서의 길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건축이라는 그리고 한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당장 나에게 그럴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학년 때쯤부터 선망했던 공간건축에 입사지원서를 보내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며, 실패로 끝이 났다. 부랴부랴 작은 규모의 건축회사에도 지원서를 보냈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지원서는 그 턱을 넘을 수가 없었다. 함께 자취를 하던 박 군은 이미 대형 건축사에 입사가 확정되어 서울 여기저기로 집을 알아보고 있었고, 나의 사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집 계약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휴학 시절 알고 지내던 우리 북 사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분의 도움으로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나는 간신히 서울에 작은 규모의 건축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곳은 연세대 출신 소장님 4분 이서 함께 운영하는 사무실이었는데, 건축에서 그래픽 환경 디자인을 아우르는 토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첫 건축 프로젝트가 무난히 진행되며,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공사 착공까지 빠른 시기에 경험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사이 회사의 자금상황과 형편이 어려워졌다. 나는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회사의 상황보다 , 경쟁력이 없는 나의 위치에 내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며칠간 무기력하게 아팠었다. 다행히 디자인팀 소장님이 나를 거두어 주셨다, 조건은 건축 이외의 다른 디자인 업무를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경쟁력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vmd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팦업 스토어, 제품 홍보 갤러리, 전자 가전제품 전시장 리뉴얼 등의 인테리어 및 전시 프로젝트와 제일기획의 론사인 디자인 등의 건축 외적인 일을 주로 하게 되었지만 우선 나는 살아남고자 했다. 그것이 좋아하는 일이 아녔더라도,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진리를 가슴을 품고 묵묵히 이 새로운 세계에서 빠르게 적응하고자 했다.
건축의 건너편으로 넘어간 순간은 아마 이때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첫 건축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이후 나는 건축의 반대편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