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건축의 건축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언젠가는 건축사사무소를 내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꿈꾼다. 나 역시도 대학시절부터 당연하게 그 길을 생각하고 공부해 왔었다. 과정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길을 계속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단지 그 건너편에서 건축을 마주 보며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건축을 전공하고 상하이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햇수로 9년 차, 한국의 건축디자인 회사를 다니다 상하이로 옮겨와서 작은 규모로 외국인이 운영하는 디자인 회사에서 시작하여 세계 1위 규모의 겐슬러 상하이 지사를 거쳐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 회사인 Woods Bagot에서 워크플레이스 인테리어 디자인 및 팀 리더로 일을 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상점 디자인에서부터 빌딩 여러 개가 엮인 캠퍼스급의 인테리어 플젝을 진행에 오면서도, 지난 십 년간 내 마음속에는 항상 건축을 향한 열정은 꺼진 적이 없다. 나는 여전히 건축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이 구현되는 공간적 위치가 실내일 뿐이라 생각한다.
비 건축의 건축. 혹은 be opposite이라는 디자인의 주제는 이러한 나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건축이 아닌 것에서 새로운 영감과 문제의식을 찾아 그것을 건축의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공간을 더 풍요롭고 흥미롭게 하자는 것으로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내부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구축과 물성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연속된 경험으로서 도시 건축 내부 공간으로 이어지는 시퀀스와 내부에서 보이는 풍경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be opposite 은 한편으로는 내가 처한 사회문화, 혹의 지역적 기반에서 내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상하이에서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이방인으로써 중국문화와 상하이를 이해하고 바라본다. 한국의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이 흐려져 가지만 여전히 한국문화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 실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영원한 이방인으로써 항상 그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아마도 건축, 내부 공간에 투영되고 있을 것이다.
be. opposite. architecture.
나는 경계를 넘어야 하는 이방인이다. 한국이라는 경계, 건축이라는 경계, 내부라는 경계. 때문에 나의 질문은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이 경계에 대한 사유로 되돌아온다. 경계는 도시와 건축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계를 넘고자 하는 비건축가의 건축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