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유한 식물 누나 Feb 14. 2024

겨울을 잊은 싱그러운 대구 수목원


쓰레기 매립지를 식물의 집으로


설날 연휴에는 평소에도 종종 찾는 대구수목원에 들렀다. 대구가 고향은 아니지만 예전에 직장 때문에 오래 살았던 도시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대구수목원이었다. 일단, 기존의 쓰레기 매립장을 수많은 식물이 살아가는 생태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멋지다. 



2002년부터 문을 열어 계속 확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대구수목원은 조성된 나무들이 상당히 우거져 있어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국립세종수목원이나 서울식물원에 비해 좀 더 숲다운 숲 속을 걸을 수 있고, 따라서 햇살이 뜨거운 날에도 방문하기 좋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


타 식물원과는 달리 큰 규모와 볼거리 대비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마음이 더욱 푸근한 공간이다. 시내 한복판임에도 주차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언제 찾아도 소풍을 즐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넓은 규모 때문인지 그다지 붐비는 느낌도 없어 더욱 좋다. 



타지에서 찾아오더라도 지하철로 쉽게 찾아올 수 있어 접근성도 좋은 대구수목원이다. 대구수목원에는 조금 특이하게 맨발 걷기 황토길도 있고, 열대식물, 분재, 다육식물 등 다양한 실내 식물원도 갖추고 있다. 수목원 근처에는 맛있는 빵집과 카페도 많아서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부겐베리아와 금호선인장이 어우러진 다육식물원


대구수목원의 식물들


대구수목원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는 사실 노란 수선화가 잔뜩 피어나는 언덕인데, 아직은 수선화를 보기엔 이른 계절이라 실내 식물원 위주로 소개를 할까 한다. 


금호선인장과 아가베 아테누아타


먼저 다육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선인장과 다육식물들이다. 전부 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 식물은 대구 시민 한 분이 기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식물을 멋지게 키워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도록 기증을 하셨다니 정말 멋진 분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황금주 선인장


나는 황금주 선인장(여우꼬리 선인장)이 특히 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뱀처럼 땅을 기어가다가 자구를 올리는 방식이 정말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다른 선인장과 어우러져 여기저기 얽히고설킨 모습이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다. 


열대식물원의 한라봉과 파인애플


열대식물원에는 바나나, 파인애플, 한라봉, 레몬 등 맛있는 과일나무가 가득하다. 바깥 겨울 추위와는 상관없이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는 열대식물들을 보면 기분까지 싱그러워진다. 유실수는 언제나 키워보고 싶지만 농약을 많이 치지 않으면 키우기 어렵다는 말에 아직도 주저하는 중이다. 


판다누스


두 눈 번쩍! 특이한 식물들


열대식물원 입구에는 판다누스라는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판다누스는 일본 오키나와가 원산지라고 한다. 나무에 파인애플처럼 둥근 모양의 과일이 달려있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식용도 가능하다. 굵은 기근이 줄기를 지탱하는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마치 기근을 여기저기 움직여 걸어 다닐 것 같이 생겼다.


황금 연꽃 바나나


노란 연꽃처럼 보이는 이것은 황금 연꽃 바나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희귀 식물이다. 해발 2,000M 이상에서 자생하는 중국 원산의 식물이라고 하는데, 잎은 비록 지금 보이지 않지만 바나나 나무를 닮았고, 꽃은 황금색 연꽃 모양을 닮아 '황금 연꽃 바나나'라는... 조금은 이상한 혼종 같은 이름을 얻게 된 것 같다. 


보리수나무


대구수목원에서는 인도보리수나무도 볼 수 있다. 사진 속의 나무는 아니지만 종교 관련 식물원에 있는 보리수나무는 부처님이 그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인도보리수나무의 후계목이라고 한다. 한 스님이 인도 순례 중에 가지를 주워 삽목 하여 키웠다가 기증하셨다고 하는데 정말 놀라운 이야기다. 


겨울에 만개한 화월과 동백


다시 찾을 즈음엔...


대구수목원을 돌아보다가 조금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는데, 종려나무가 그만 온실 천장에 닿을 만큼 키가 커버려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층고가 높지 않은 온실인지라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부디 자연스럽게 쑥쑥 커갈 수 있는 공간에 자리 잡길...  



대구수목원을 다시 찾을 즈음엔 수선화도 가득 피어있을 텐데, 그때는 실외 정원 가득 피어난 꽃과 나무들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수선화 언덕과 미선나무도 이번 봄에 다시 만나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