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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람 Aug 19. 2023

멕시코 무장경찰을 만나다

멕시코시티에서 칸쿤으로, 일곱 번째 날

1. 멕시코시티의 마지막 날. 밤새 사이렌 소리가 들리네 싶더니 아침에 무장경찰들이 호텔주변에 있었다... 낮에는 한번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데 조금 무서웠다. 심지어 오전에 한 노숙자가 비틀거리며 횡단보도에 볼일을 보는 장면도 봤다. 다행히 오늘은 이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떠난다. 이제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칸쿤으로 가야한다.


2. 숙소에 빨래 서비스가 없어서 셀프 코인 빨래방을 찾았다. 이젠 지도 없이도 간다. 빨래를 맡기고 동양인이 많은 zona rosa의 동양식품점에 갔다. 익숙한 음식 (비비고 만두랑 밀키트도 있었다ㅠㅠ)에 신이 나 라면과 햇반을 집어들었다. 오늘 칸쿤에 도착한 후 야식으로 먹을 계획이다.



3. 어쩌면 인생 마지막 La casa de toño에 갔다. 각자의 최애 메뉴로 아점을 먹은 후 다시 호텔에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짐 싸는게 막막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되긴 하더라.


4. 짐을 맡기고 독립기념비로 향했다. 멕시코시티의 중심지 같은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엘 앙헬(El ángle)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념비 꼭대기에 위치한 승리의 여신이 아름다웠다. 해가 들어오는 방향이 특이해서 마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2층짜리 버스도 많이 보였고 고층 건물도 밀집해 있었다.



5. 독립기념비 옆 쉐이크쉑 버거로 향했다. 공항에서 먹을 음식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후기에서 맛있어 보였던 밀크쉐이크를 하나 샀는데 되게 특이하게 달았다. 거의 아이스크림 수준으로 꾸덕했다. 멕시코는 분리수거를 하나도 안해서 남은 음료와 쓰레기를 함께 버렸다.



6. 다시 호텔로 와서 짐을 찾고 우버를 부르려는데, 우리가 마지막으로 탔던 우버 기사가 결제 완료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지 '결제 미완료'라고 떴다. 분명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말이다. 그 금액을 다시 모바일로 내지 않으면 우버를 부를 수 없었다. 몇 분 정도 앱과 씨름하다 결국 호텔에 부탁했는데 거의 2배의 값을 불렀다. 그러나 선택지가 없어서 수락했다.


7. 작은 소동으로 예상보다 늦었는데 심지어 모바일 체크인이 안됐다. 분명 우리는 좌석과 위탁 수화물까지 결제를 했는데 (확인 메일까지 왔는데!) 자꾸 안 했다고 뜨는 것이다. 불안해서 결국 온라인 체크인을 하지 않고 공항으로 왔다. 공항 직원이 우리의 게이트까지 캐리어를 끌어주더니 팁을 요구했다. 우씨, 누가 끌어달랬나!


8. 공항에는 휠체어를 탄 직원들이 많았다. 고용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겨우 게이트를 찾고 체크인을 한 후 위탁수하물을 부치려 하는데 친구의 캐리어가 26kg라고 추가금액 1000페소를 요구했다....! 급하게 그 자리에서 캐리어를 열어 25kg 이하로 맞췄다. 정말 진이 다 빠졌다. 줄을 기다리며 쉐이크쉑 버거를 다 먹어서 다행이었다.


9. Volaris 항공의 비행기는 굉장히 작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많이 타서 흡사 관광버스였다. 기내 서비스는 전혀 없었고 물조차 돈을 내야했다. 3시간 비행이라 참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멕시코에는 이어폰 문화(?)가 없다. 그냥 본인이 보는 영상이나 듣는 노래를 크게 틀어둔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그랬는데 비행기에서도 그랬다.



10. 칸쿤은 한국보다 더운 날씨였다. 습도가 높아서 체감 온도가 거의 3~5도 정도 높다. 착륙한 공항에서는 온갖 택시 회사가 호객행위를 했고, 동양인이 우리 뿐이라 그런지 특히 우리에게 집착했다. 쌩무시를 하고 ADO버스 티켓을 사 무사히 탑승했다.


11. 에어비앤비는 한남동 부자동네 같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굉장히 조용하고 안전한 느낌.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28인치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올라야했다. 이쯤되니 너무 힘들고 어이없어서 우리끼리 자꾸 웃음이 났다.



12. 잠깐 나가 바로 옆 OXXO에서 물을 사서 돌아왔다. 아까 사온 컵라면을 끓어 먹으며 피로회복을 좀 했다. 솔직히 이젠 미국 교환학생에서 어떤 고난이 와도 오늘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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