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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대곰돌이 Apr 01. 2023

EP3. 오클랜드 - 한 여름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3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스카이타워에서 보는 오클랜드의 하늘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이다. 한국과 정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로, 한국의 겨울은 뉴질랜드의 여름이다. 한국에서 출발하나 날짜는 12월 26일, 정확히 겨울의 중심이었고, 도착한 뉴질랜드의 12월 27일은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가는 초입이었다.


뉴질랜드 여행을 12월 말로 결정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새해맞이 때문이었다. 세계지도를 보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날짜 변경선이 있다. 그 날짜 변경선의 왼쪽에 가까울수록 날짜는 빨리 바뀐다.

날짜변경선. 검은색으로 된 부분이 뉴질랜드가 포함된 곳이다 +12시간.(이미지 출처. 웹서치)

뉴질랜드는 날짜 변경선에 가장 왼쪽에 가까운 타임존에 들어있는 국가이다. 비록, 지리적으로 날짜변경선에 좀 더 가까운 사모아나 통가 같은 작은 섬나라들이 있어, '가장 먼저 날짜가 바뀌는 땅'은 아니지만, 국가 단위로 규모 있게 같은 타임존에 있는 섬이나 국가들을 살펴본다면,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시간이 가장 먼저 바뀌는 타임존을 대표하는 국가인 것은 확실하다.


'세계에서 가장 새해를 빨리 맞이하는 국가'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오클랜드의 새해맞이 행사는 오클랜드를 넘어,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나 기념행사 중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행사 중 하나이다. 물론, 새해를 시작한다는 그 의미가 크기에, 그 시기에는 뭘 하더라도 충분히 나라를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새해만 되면 보신각 종 앞으로 가서 타종하는 걸 보기 위해 몇십만 명이 종각으로 모여드는 것을 생각하면, 오클랜드 새해맞이 행사가 지닌 상징성은 어느 누구라도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뉴질랜드 여행의 시작은 오클랜드로 최종 결정이 되었고, 그렇게 오클랜드에서 장기 숙박을 하게 되었다.

12시가 임박하면 모두 타워 근처로 모인다.

오클랜드의 새해맞이 행사는 '불꽃놀이'이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스카이타워'에서 자정에 맞춰 카운트다운을 하고, 이후에 불꽃을 쏜다. 한강변에서 하는 초대형 불꽃놀이 행사와 비교하면 굉장히 초라한 불꽃놀이일지도 모르겠지만, 뉴질랜드에서 새해를 맞이하더라도 한국은 여전히 저녁 8시라는 사실실은 '내가 비로소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온 게 맞긴 하는구나'라는 걸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클랜드에서는 과거에 어학원을 다니면서 오래 살기도 했고, 내겐 명동 같은 느낌의 오클랜드에서 해외여행의 기분을 느끼기에는 이런 큰 행사만큼 좋은 것이 또 없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이후에는 매일 7~8시만 되면 잠자리로 들어가서 일찍 잠들었는데, 시차 적응과 컨디션 회복이 핑계였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상점이 많은 오클랜드라지만, 이상하게 뉴질랜드는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올 때마다 시골에서 지내던 습관이 살아나서 오후 5~6시만 되면 스스로 몸과 마음을 휴식으로 이끄는 그런 습관이 있었다. 괜히 더 피곤해지기도 하는 것 같고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뉴질랜드는 대도시는 조금 그런 분위기가 덜 하지만,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대부분의 상가들은 5~6시 정도에 다 문을 닫고, 술집이나 일부 레스토랑들만 좀 더 늦게까지 영업을 한다.


불꽃놀이를 봐야 하는 12월 31일은 그렇게 하루의 루틴을 유지하다가 잠들어버리면 1년에 한 번 있는 찬스, 어쩌면 평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행사를 놓치게 되는 상황이라, 아예 하루 일정을 늦게 시작했다. 일어나서 아침을 대충 먹고 다시 오전잠을 자고, 점심을 챙겨 먹고 늦은 오후가 시작되어서야 비로소 외출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늦게 시작했지만 여전히 10시간은 기다려야 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그냥 계획 없이 외출해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그렇게 하루를 계속 쪼개며 시간을 소진했다.


무엇을 할까, 계획을 짜던 중에, 불꽃놀이가 하는 스카이타워를 그날 올라가면 좋겠다 싶어서 저녁의 관광 일정에 스카이 타워를 추가했다. 오클랜드에서 머무는 기간 중에 스카이 타워는 대부분 6~7시쯤에 관람을 종료했고, 처음 오클랜드 여행일정을 구상할 때 스카이 타워를 들르려고 했던 날은 이 날이 아니었는데, 12월 31일은 특별히 타워 운영이 평소보다 두어 시간 늦게까지 운영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스케줄을 바꿔서 이 날 스카이 타워를 방문하게 됐다.


스카이 타워 자체도 거의 13년? 14년 만에 처음 방문한 터라, 시간 개념이 별로 없었고, 저녁 늦게 방문하면 오클랜드의 야경까지 볼 수 있겠다 싶어서 스카이타워 자체를 구경하는 시간 고려해서 최대한 늦게 방문했는데, 서머타임이 적용된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해가 너무 길었다. 저녁 9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도 어둑어둑 해지는 느낌이었지만 해는 떨어지지 않았고, 아쉬웠지만, 새삼 한국과 다른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오클랜드 하버뷰. 저녁 8시 50분 경이다.
전 세계의 타워들처럼, 스카이 타워에도 강화유리가 있다.
예전엔 세계를 대표하는 타워였지만, 이제는 높은 타워가 너무 많이 생겼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 후 밤 11시,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는 불꽃놀이를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려고 처음엔 타워의 바로 아래로 갔었는데, 그 당시에는 타워 아래에 사람이 너무 많았고, 또 타워가 너무 높아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그렇게 밀리고 밀려서 자리를 잡았던 자리가 2023년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본 바로 그 장소인데, 이번에는 또 사람에 밀리기 싫어서 처음부터 아예 바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스카이타워 앞에 도로공사를 엄청 크게 하고 있어서 사람에 밀리면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장소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아직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입국하는 관광객의 숫자가 많이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마스크를 더 이상 쓰고 다니지 않는 뉴질랜드였지만, 그 와중에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피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생각보다는 불꽃놀이를 보러 나온 사람이 예전 경험과 비교해 봤을 때는 아주 적었다. 좋은 자리에 서 있겠다며 미리 나와서 기다린 게 내심 아쉬울 정도였다. 타워의 사진을 찍으며, 타워와 내가 함께 나오는 사진을 찍으며, 목이 마르다고 근처 24시간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도 사서 마시고 하면서, 1시간 남짓 새해를 기다렸다.

불꽃놀이는 자정에서 대략 10초 정도 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다 같이 목소리를 높여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5, 4, 3, 2, 1!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스카이타워는 색깔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연신 불꽃을 쏘아가며, 기분 좋은 2023년을 알리고 있었다. '이때 맞춰서 잘 왔다,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겠다', 연신 떨리는 마음으로 불꽃놀이를 보며, 앞으로의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불꽃놀이가 끝난 직후, 스카이타워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하던 관람객은 오클랜드의 중심가인 퀸스트리트로 쏟아져 나왔다. 어딘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일 수도 있고, 항구 쪽으로 가서 밤새 술을 마시며 즐기기 위한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고 느꼈던 것은, 다들 어딘가로 넓게 퍼져서 불꽃놀이를 봤기 때문인가 싶었다.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은 또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 연인과 함께, 많은 이들이 항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와 여자친구도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머물던 에어비앤비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로 이 퀸스트리트 대로변에 있는 고층 건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찍 잠자기는 글렀다', 우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숙소로 향했다. 

그래도 참 기분이 좋았던 것은, 누군가와 함께 했다는 그 사실인데, 오클랜드에서만 이 불꽃놀이를 3번째 봤는데, 나머지 두 번은 모두 혼자 불꽃놀이를 보게 되었다. 워킹 홀리데이로 왔을 때도, 이민을 온다고 홀로 짐 싸들고 왔을 때도, 오클랜드에서는 항상 혼자였다. 이번엔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랬는지, 앞으로의 여행이 더욱 기대가 되어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불꽃놀이가 더 즐거웠다. 그렇게 우리는 기분 좋은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물론, 건물 밖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조금 잦아든 뒤에 말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리의 행운은 이 불꽃놀이가 많이 가져다주었다. 남섬의 퀸스타운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오클랜드에서 끝내느냐, 반대로 오클랜드에서 시작하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오클랜드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바로 이 불꽃놀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여행을 퀸스타운에서 시작했다면, 비록 오클랜드를 떠나는 그때도 비를 많이 만나긴 했지만, 북섬 최악의 홍수와 더불어 뉴질랜드 역사상 최강이라는 사이클론이 강타해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어야 했다. 오클랜드의 어떤 지역은 큰 버스가 물에 잠길 정도로 엄청난 비가 내렸는데, 운 좋게 그런 홍수 같은 큰 물난리는 여행 중에 다 피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남북섬 여행하면서 많은 비와 함께 했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ragun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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