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8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한 지 대략 4주 차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 장기여행에서 꼭 필요한 '휴식포인트'를 거쳐갈 타이밍이 되었고, 그렇게 쉬어가기 위해 겸사겸사 들른 도시가 있는데, 바로 '타우랑가'라는 도시였다.
여행의 시작부터 타우랑가에 도착하기까지를 중간 점검해 보면 대략 이렇다. 숙박한 도시만 따져보면 오클랜드,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파이히아, 해밀턴, 휘티앙아, 이렇게 4 군데서 숙박을 했고, 숙박하면서 여행했던 목적지들을 더해보면 케이프 레잉가, 와이토모, 마타마타 등 몇 개의 도시가 더 추가된다. 처음 오클랜드에서 머문 기간이 거의 2주에 가까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오클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를 2주간 여행을 했다고 보면 된다. 이 기간 중에 운전한 총거리는 1200km가 넘는 거리였고, 그래도 비교적 천천히 여행을 했지만 꽤 바쁘게 여행을 다닌 상황이었다. 여자친구가 운전을 혼자서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슬슬 한 번쯤 아무것도 안 하고 쉴 타이밍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장기여행을 다니면 중간중간 한 번씩은 꼭 휴식지점을 가져야 하기에, 타우랑가에서 쉬어가는 건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타우랑가는 북섬의 베이 오브 플렌티의 대표 도시이기도 하고, 넓은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에서 바다를 바다를 직접적으로 끼고 있는 도시이다. 인구 15만 명 정도로 뉴질랜드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였다. 한국과 대비하면 인구수가 적으니까 작은 도시 느낌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 뉴질랜드 단일도시 인구수를 따지면 타우랑가는 TOP 5에 들어가는 큰 도시이다. 인구비중을 굳이 따져보면, 뉴질랜드가 대충 우리나라 인구의 1/10보다 조금 더 많은 편이니까, 같은 비중의 한국 도시를 찾아보면 대전이나 광주쯤의 위상을 갖고 있는 도시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타우랑가는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해변 휴양지가 넓게 발달되어 있어 현지인들도 휴가차 많이 들르는 도시라고 한다. 실제로 그래서 현지인이나 뉴질랜드를 오래 여행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들르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인 한정으로 보면, 타우랑가는 굉장히 낯선 도시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10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왕복해야 하는 먼 나라인 뉴질랜드에서 더 유명한 도시를 두고 굳이 낯선 도시를 여행해야 하는 경우니까, 타우랑가는 여행으로는 낯설 수밖에 없는 도시이다.
대신 한국인에게 타우랑가는 주로 워킹 홀리데이로 뉴질랜드를 가거나 유학을 가는 이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데, 워홀러들은 타우랑가는 아니고 근처의 도시에 큰 규모의 농장이 있기 때문이고, 유학생들은 복잡한 오클랜드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찾는다. TOP5 도시이기 때문에, 그래서 큰 한인마트도 있고, 이래저래 교민 사회가 작게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타우랑가에서 쉬어가는 이유는 그렇다. 일단 관광할만한 내용들이 별로 없다. 실제로 타우랑가 시내 자체는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한인 인프라가 있는 곳이라 큰 한인마트가 있어서, 타우랑가에서 한 것이라고는 거의 슈퍼마켓을 왔다 갔다 하면서 먹거리를 사서 밥 해 먹고 숙소에서 블로그를 하거나 영상을 시청한 일 밖에 없다. 뉴질랜드도 마음먹고 호캉스 같은 호사를 누리려면 충분히 가능은 하지만, 역시 경비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여행에서 휴양은 좀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타우랑가의 숙소를 찾는 중에, 때마침 에어비앤비에서 평소의 숙박비보다 거의 50% 가까운 특별 세일을 하는 숙소가 있어서 서둘러 예약을 했다. 그리고 그 날짜에 맞춰서 도착 전 여행지의 숙박 기간을 하루이틀씩 조정을 했다. 이 에어비앤비가 타우랑가를 휴식지점으로 설정한 이유도 있다. 지역마다 좋은 호텔에서 숙박을 하면 매 순간 일정을 조정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가성비를 추구하는 여행을 했기에, 좋은 숙소가 발견되면 그 숙소에 맞춰서 다른 일정을 많이 조정했다. 여행경비를 줄이는 일정을 계속 추구해야 이렇게 쉬어가는 숙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쉴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일정을 계속 조정하며 여행을 지속했고, 무사히 바로 직전도시인 휘티앙아까지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하고 타우랑가의 숙소에서 체크인할 수 있었다.
휴식을 위한 것은 별거 없다. 에어비앤비가 결정의 큰 이유라고 말했듯이,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벗어나면 되는 것이고, 주방 시설을 편하게 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수면만 놓고 봐도, 호스텔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자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코를 골며 자는 것도 굉장히 신경 쓰인다.
예약한 숙소는 상가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에어비앤비였고, 집주인이 같이 생활하는 뉴질랜드의 플렛 같은 그런 뉴질랜드 특유의 에어비앤비는 아니고, 실거주자 없이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전문 에어비앤비였다. 시설만 보고 예약을 했지, 그런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예약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부분이 머무는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했다.
방은 총 3개, 다른 두 방은 다 숙박객이 있었는데, 그중 한 커플은 다음날에 바로 체크아웃을 한 뒤, 우리가 체크아웃을 할 때까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방은 현지 남성분이 홀로 쓰고 있었는데, 장기 투숙자로 일과시간에는 항상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낮엔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낮시간은 아주 편하게 숙소생활을 했고, 잠도 밤 8~9시면 바로 잤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괜찮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타우랑가에서는 총 4박 일정으로 숙박을 했는데, 때마침 도착한 다음날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여행을 다니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괜히 죄책감이 들 때가 있는데, 비도 와주고 하니까 외출을 하지 않을 합당한 마음가짐까지 확보할 수 있는 휴식이었다.
4박 5일 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딱 하루, 날씨 좋은 날 외출을 했었다. 앞서 타우랑가를 '현지인들이 휴가로 많이 가는 곳'이라서 소개를 했었는데, 타우랑가 도시 그 자체에 와서 휴양을 한다고 하기보다는, 같은 권역에 묶여있는 한 지역에 있는 해변 휴양지가 유명하기 때문에 타우랑가를 휴양으로 많이 찾는다.
'마운트 망가누이' 산과 '망가누이 비치'를 합쳐서 보통 '마운트 망가누이'라고 지역을 지칭하고 있는데, 바로 그 마운트 망가누이가 타우랑가를 휴양지로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타우랑가에 머물면서 딱 한 번 외출했던 목적지 역시 바로 그 '마운트 망가누이'였다. 마운트 망가누이는 타우랑가 시내에서 차로 약 15~20분 정도 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마운트 망가누이의 첫인상은 이렇다. 프랑스의 니스를 가보진 않았지만, 여자친구는 분위기가 니스와 제법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표현을 했다. 백사장이 있고, 해변을 마주하며 많은 상가들이 있는 분위기이다. 내가 다녀본 여행지 중에서는 약간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비치와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여자친구와 언급한 니스와 마운트 망가누이의 차이가 있다면, 아마 해변의 상가건물들이 유럽풍이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니스처럼 상점가라고 식당이나 그런 게 아주 길게 펼쳐져 있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 카페, 레스토랑이 많고, 해수로 운영되는 수영장도 있고, 넓은 해변에 캠핑장까지 있고, 여러 가지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휴양을 즐기고 있는 곳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해변에서 비치발리볼 대회 같은 행사를 해서 길을 많이 막아놔서 미리 구글 등에서 검색했던 주차 자리에 주차를 할 수 없고 길도 많이 막혀서,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나서야 겨우 해변과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사실, 해변에 자리가 나와서 해변에 주차를 한 것이지만, 굳이 해변에 주차를 할 필요는 없었다. 하루 나들이의 도착지는 해변이었지만, 목적지는 '산'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마운트 망가누이를 들르게 된 이유인데, 여행을 준비할 때 각자 꼭 가고 싶은 곳을 체크해서 목적지에 반영하는 과정이 있었다. 나는 이미 뉴질랜드에서 2년 이상 거주했던 경험이 있어서 여자친구가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은 대부분 다 가봤다. 그래서 여자친구의 목적지는 대부분 다 반영이 되었고, 더불어 내가 가소 싶었던 목적지도 많이 반영을 했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이 마운트 망가누이였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과거의 언젠가에 미디어를 통해서 마운트 망가누이에서 내려다보는 망가누이 비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뉴질랜드에 이런 곳이 있어?'라는 생각을 했던 곳이었고, 언젠가 뉴질랜드를 다시 가면 꼭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었다. 운전도 해서 갈 수 있겠다, 이번 휴식 기간에 들러보면 좋겠다 싶어서 4박 5일 중에 유일한 스케줄로 여길 방문하는 일정을 정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저렇게 멋있는 해변이 있는데, 해변이 목적지가 아니었고, 저 해변에 저렇게 진짜 휴양지 느낌인지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아예 바닷가에서 놀 수 있는 준비 자체를 해서 가지 않았고 그냥 산만 올라갔다 내려왔다.
마운트 망가누이는 해발 230여 미터 정도 되는 산으로, 입구 기준으로 가파른 길을 1366m를 올라야 한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해발 자체만 따지면 낮은 산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수준인데, 구글 리뷰에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글이 많았다. 그에 대비해서 마실 거, 먹을 거 등등 미리부터 준비했어야 했는데, 생각 없이 평소에 여행 다니는 복장으로 등산을 시작했고, 마실 물도 많이 챙기지 못한 상태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오르기 시작했고, 그냥 언덕이 이어질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지옥의 계단구간이 시작될 때부터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운동부족이고,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서도 이런 가파른 산을 오르는 여행 자체를 하지 않았고, 오래 걸어야 했던 일정도 대부분 평지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평소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언덕구간이 끝나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특히 계단에 취약한 상태이고 그렇게 계단을 오르는 높이도 대략 건물 20여 층높이 정도이다.(구글에서 찾아보니, 정상까지 오르는 계단이 576개라고 한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다가, 결국 중간에서 기립성 저혈압이 왔다. 산을 오를 때 만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인데, 기립성 저혈압이 오면, 단순 어지럼증을 넘어서 잠깐 블랙아웃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 계단을 오르다가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잠깐 길에 앉아서 쉬는 중간에 기립성 저혈압이 왔다. 블랙아웃도 같이 왔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가 블랙아웃이 왔으면 그냥 굴러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누워있으면 제일 좋았을 텐데, 사람이 계속 오가던 길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앉아서 쉬었고, 거의 15분? 은 앉아서 몸에 피가 돌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마 여자친구는 내가 블랙아웃이 왔던걸 알았으면 바로 내려가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도착한 마운트 망가누이의 정상. 고생을 해서 올라온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잘 담기진 않지만, 올라올 가치가 충분히 있었던 시간이었다. 음료수나 먹을 것 등,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올라와서 더 오래 경치를 관람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운트 망가누이를 내려가게 되었다. 한껏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역시 운동부족인 사람들이 중력을 거스르는 활동을 하면 참 힘든 일정이 되는 것 같았다.
고생했다고 내려와서는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역시 고생을 한 뒤에는 단 걸 먹어야 하는 것 같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대략 2주 안에 해발 1800미터 가까이 되는 10시간짜리 트레킹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서 그때를 대비하여 몸상태가 어떤지 점검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결국 마운트 망가누이 이후로 북섬의 가장 큰 여행 목적지 중 하나였던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전까지 매일매일 다니는 여행코스를 최대한 많이 걷는 코스로 다니게 되었다.
4박 5일 중 남은 하루는, 역시 마운트 망가누이의 영향으로 인해 또 하루종일 누워서 휴식을 취했고, 그렇게 타우랑가는 시내 구경을 하는 일정을 단 한 번도 두지 않고 계속 휴식만 취하며 본래의 목적을 제대로 완수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3월 22일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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