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책 사서 3-2

소년, 소녀를 만나다

by 황은화

3막 2장

소년, 소녀를 만나다

단성사 뒷골목


소년, 꽃 한 송이를 들고서 소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약속된 시간이 돼도 오지 않자 꽃을 바지 뒷주머니에 끼워 놓고 백 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린다.


소년 (동전 앞뒤를 번갈아 보며) 영감님! 영감님이면 무조건 고백, 고백입니다.


동전에 뽀뽀하고 심호흡을 한다. 동전을 공중에 던진다. 다시 받아든 동전, 소년은 뒷면을 보며 실망한다.


소년 아, 영감님!


기다리던 소녀가 뛰어온다. 반가워하는 소년.


소년 5분밖에 안 남았어. 서두르자!


소녀 민교야, 미안! 나 영화 못 봐.


소년 힘들게 구한 건대. 그리고 이거 누나가 보고 싶다고 했어.


소녀 미안.


소년 왜에?


소녀 나중에 보자! 내가 나중에 얘기해 줄게. 오늘은 힘들어. 기다릴까봐 온 거야. 나 올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잖아.


소년 거기 가는 거라면 가지 마!


소녀 거짓말 못하는 거 알지?


소년 왜 가는 건대?


소녀 나중에 얘기해 줄게.


소녀 돈 가져가는 거야?


소녀 아니야~


소년 가지 마!


소녀 다음에 보자! (사이) 그럼 우리 이번주 일요일 날 만나서 놀까?


소녀 가지 마요!


소녀가 소년의 뺨에 살짝 뽀뽀를 한 후 떠나려고 하자,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아챈다.


소년 한 가지만 물어볼게. (사이) 임신 했어?


소녀가 소년의 따귀를 때린다.


소년 말해 봐요!


소녀 어이없다, 너! (혼란스러워하며 할 말을 쉽게 찾지 못한다) 다시는 보지 말자!


소년 했구나….


소녀 다시는 연락하지 마!


소녀가 가려고 하자 소년이 뒤에서 안는다.


소년 사랑해! (사이) 진심이야. 그러니까 가지 마!


소녀 (소년에게서 벗어나며) 너, 사랑이 뭔지 알아?


소년 알 거 같아.


소녀 아니, 착각하지 마! 넌 몰라.


소년 착각 아냐! 그 자식이야말로 사랑 따위 모른다고! 그냥 노는 거야. 다들 쓰레기들이라고! 누나랑은 달라.


소녀 너는 내가 대단한 줄 아는데, 나 그런 년 아니야. 나도 싸구려야!


소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소녀 귀여워서 만나줬더니 너도 남자라고 꼴에….


소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소녀 웃긴다, 너.


소년 우리 도망가자!


소녀 (코웃음 치며) 잘 들어! 나 임신 안했고 오빠들이랑 노는 게 재밌어. 졸라 재밌다고. 너랑 보는 지루한 영화 따위랑은 비교도 안돼!


소년 거짓말!


소녀 거짓말 아냐.


소년 누나 떠나면 나 죽어버릴 거야.


소녀 병신!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중에 소녀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 토할 듯 심하게 헛구역질을 한다. 소년, 소녀의 등에 손을 올려놓는다.


소녀 (헛구역질 하며) 상관 마! 지울 거야!


소년 내가 도와줄게.


소녀 니가 뭘?!! 니가 뭘 어쩔 건데? 돈 줄 거야? 의사한테 가줄래?


소년 사랑해! (사이) 내가 그 새끼들 다 죽여버릴 거야!


소녀 넌 아무 것도 못해. 아무 것도!


소년, 소녀에게 키스한다. 소녀 완강히 거부한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 키스에 집중한다.

(그런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는 민교)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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