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들 1-1

빛이 없는 방

by 황은화

1막 1장

빛이 없는 방

영세민 아파트 (404호 내부). 낮.

밤이 아니지만 내부는 동굴처럼 어둡다.


망자의 소리 죽음아~ 죽음아~


망자의 음성이 어둠 저편에서 들려온다. 낮고 작은 음성이라 관객들이 알아듣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고요 속에 울림.


잠시 후,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우주복 차림(점프 수트)을 한 남자 세 명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마치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비행사와 같은 움직임이다. 세 명은 헤드랜턴을 켜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두 명은 주변에 소독제를 뿌리면서 이동, 나머지 한 명은 잔뜩 긴장해 움직임이 어색하다.


조민국(꾹) 낮인데 왜케 어두워! 불 좀 켜 봐요. 불! 쫌!


오형탁(탁) 조용!


김척(척) 확 그냥 막 그냥! 얌마! 안 켜진다. 이거 뭐 전기도 끊긴 거였네. 가지가지!


뭔 냄새야?!! (역한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을 하며) 대체 이게 뭐예요?


저놈 저거 확 그냥~ 가만히 있어 봐. 여기가 죽었던 자리네.


상태 보니 석 달도 넘은 거 같다.


석 달? 오마이 니미럴 갓!


척형~~ (바닥에 깔린 구더기를 보며) 난 못하겠어.


야! 꾹! 일단 꾹! 꾹 참아 봐!


씨발, 이건 아닌 거 같아! 본능적으로 나랑 안 맞아. 나 갈게!


막 그냥, 확 그냥~


딴 사람 찾아. 나 이거 빼곤 몽땅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 확신이 좆나 들어. (속이 다시 울렁거린다) 웩~


조용!


(검지를 입술에 대며) 쉿! 일동 조용! 일단 집 다 둘러보고 바로 작업 들어가자! 니미 오늘 지대로 걸렸네.


척형, 제발 불 좀 켜줘 봐! 원래 이 일이 이래? 불 쫌~


반장. 쟤 보내. 부정 탄다.


이미 탄 거 같긴 한데요. (얼굴 도리도리 흔들며) 아니지. 셋이 좋아요. (강조하는 말투) 셋이 무조건 좋아. 내가 미아공주님한테 물어봤는데 우린 셋이 무조건 좋대. 저 꼴통이 나무, 나무 목, 나무 목이잖아요.


육시랄. 잘 들어 거기! 그만 앵앵거려! 입에다가 구더기 밀어 넣기 전에. 그리고 이 일은 차라리 어두운 게 좋아. 우리한테도, 망자한테도. 알았어?!


대답 없이 앓는 소리를 하는 꾹.


난 일단 화장실부터 가 볼게. 오줌도 좀 싸고! 꾹 너는 일단 가만히 있어 봐! 현장 적응부터 하자고. 전체 와꾸 보고 바로 작업 들어간다. 탁형은 부엌 쪽 부탁해요.


(앓는 소리) 으 어지러. 엄마아~~


(어깨에 손 얹으며) 얌마, 다 그래~ 나도 그랬어. 일단 가만히 여기 꾸~욱~ 있어. 알았지?

죽겄네. 죽겄어.



척과 탁 두 사람 사라진다.

혼자 남겨진 꾹.


낙장불입. 낙장불입. 영 들은 거와는 딴판이네. 죽겄네. 진짜아~ (가져온 집게로 물건들을 들어 본다) 이, 이, 이건 뭐야? 드러~ (팬티를 한쪽 구석으로 휙 던져버린다)


바닥에 있는 물건 중 사진을 발견, 집게로 집어 올리지는 않고 신발로 움직여 대충 확인한다.


아들인가 보네. (갑자기 비명) 으악! 으아악!! 죽어라 죽어! 죽어버려라! (발로 바닥을 짓이긴다)


척이 놀라 뛰어온다.


뭐야? 왜?


바퀴 (다시 한번 꾸욱 바닥을 밟는다) 이 악령아! 이 악령 벌레새끼야!


진짜 너를 그냥, 확!


형, 나 갑니다. 진짜 수고하세요.


(화를 내려다가 참고 억지로 웃으며)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는 거야. 얌마, 난 말이야, 첫날 오줌 지렸다.


형, 진짜 내 손에 오늘 뒤질 수도 있어. 지금 나, 막 헤드에, 헤드에 막 충동 오거든.


잘하고 있어. 첨엔 다 그래. 차에 좀 다녀올게. 연장 더 필요하겠다. 여기 베란다에서 뭐 좀 챙겨갈 것도 있고 (윙크하며) 걍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뭐 하려고 하지 마! 가 만히~ 알았지~ 가만히~


같이 가~


있어. 딱 있어. 이 공기를 느끼라고! (웃으며) 무섭냐?


역해.


일단 기다려!


척, 다시 사라진다.

다시 혼자가 된 꾹.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추스른 꾹은 주변을 조심조심 살펴본다. 헤드랜턴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무대 한편 끝에서 노인(유령)이 나타난다. 꾹을 향해 낮은 음성으로 말을 한다. 꾹은 처음엔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주변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다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환영 가여운 것~ 가엾고 서글픈 것~


꾹,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등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몸이 굳어버린다. 감히 돌아보지 못하고 귀를 막는다.


형, 아직 안 왔어? 안 왔냐구??!!!


꾹 뒤를 조심스레 돌아온다. 꾹, 유령의 존재를 확인한다.


(비명) 아~~ (사이) 난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전 그쪽 볼 일 없어. 없다구. 잘못 한 것도 없고, 옴 마아~


유령이 꾹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다. 꾹, 유령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만다.


제게 왜 이러세요? 제발요, 제발~


환영 314. 314, 314…….


잘못했습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


꾹, 유령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한다. 그러다가 유령이 더 가깝게 다가오자 놀라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구더기 위로 넘어진다. 구더기 위에서 몸부림치다가 (전기에 감전된 듯) 기절한다. 유령은 꾹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음악 흐른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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