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들 1-2

사람의 일

by 황은화

1막 2장

사람의 일

황금마차 사무실.


기절해 있다 눈을 뜨는 꾹. 악몽을 꾼 듯 멍하다.

두부김치에 소주를 마시는 척과 탁. (탁은 술을 마시면서 연장들을 닦거나 광을 내며 정비를 한다) 깨어난 꾹에게 술자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꾹은 좀비처럼 두 사람 옆에 앉는다. 척이 술을 따라주지만 마시지 않고 술잔을 바라보고만 있다.

척은 술이 급한지 저 혼자 연거푸 두 잔을 원샷한다.


캬아~ 시원타. 너도 해라! 먹고 정신 차려라! 야, 야, 내가 누구랑 얘기하니? 얌마, 괜찮냐?


(힘없는 말투) 아니. 절대적으로 안 좋은 거 같아. 이건 사람의 일이 아니야.


사람의 일이 아니면?


좆나 역겨운 일.


(얼굴을 진지하게 쳐다보다가 웃음이 터진다) 이 새끼~ 형님, 이놈 말하는 본새 좀 보세요.


됐다.


이거, 이거 감방도 갔다 온 새끼가. 이거 (웃으며) 얌마, 일단 치웠으면 된 거야. (술잔 기울인 후, 탁에게 시선을 돌리며) 형님, 일이 힘들어서 비용 더 청구할까 고민 중입니다. 부패가 와아~ 이건 뭐. 탁형도 힘드셨죠?


우리 일이 그렇지 뭐. 근데 공무원 새끼들 돈 더 안 준다. 그놈들이 우리 사정 봐줄 거 같아.


긍가? 그래도 이번 거는 정도가 있지. 청구는 해 볼려고요. 아냐 아냐~ 최 주임은 나랑 좀 잘 맞는 거 같아. 신경 써줄 거 같아. 암~


반장아, 공무원은 공무원이다.


긍가?!!


저 유령 봤어요.


(말 무시하며) 힘들었던 건 (눈짓으로 꾹 가리키며) 저기, 저 물건이지.


(술잔 부딪치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두 사람, 술을 들이켠다.


(돈 봉투 건네며) 저 여기, 다섯 장 더 넣었어요.


탁, 봉투에 돈 세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는다.


세보지 않으세요?


잡으면 알아.


역시!


저 유령 봤다고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확 그냥, 막 그냥. 아오~ 그래, 자주 그래. 헛게 보이고 막 그러지. 나는 벌건 대낮에도 유령 봐. 요기 편의점 옆 골목 있지. 거기서 딱! 낮에도 딱! 알았냐!!!


진짜라고요. 진짜~ 벽에서 나왔는지 스윽, 옆으로 스윽…….


유령 맞을 거다. 망자의 공간이니까. 오히려 우리가 침입자잖아.


맞단다. 야! (웃음) 암튼 다음엔 기절하면 죽는다. 죽을 것도 없지 그냥 거기 두고 올 거다. 치우는 일도 힘들어 죽겠는데 너까지 업고 오는 데 와아~ 환장, 허리 다 나가는 줄 알았다.


저는 오늘까지만 하겠습니다.


진짜? 도저히 못 하겠어?


죽어도. (술 원샷하며) 다른 거 알아볼게요. 그동안 넘 안일하게 살았나 봐요. 정신이 번쩍나요. 일준 건 고마운데 전 적성이 안 맞아요.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살려고요.


아이고, 득도하셨네. 득도하셨어.


반장아, 억지로 시키지 마라. 괜한 사람 잡지 말고! (손짓하며)


알았다. (봉투 건네며) 자, 기절해주신 비용이다. 삼십. 아따 계산은 냉정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 같으면 1도 없는데, 너니까 그냥 쳐준다. 너 요즘 힘든 거 아니까! 용돈이라 생각해라. 원래는 오십 줄려고 했어.


(돈 센다) 감사해요.


한잔해라! 그리고 이 일은 소문내지 마. 소문나면 파리 꼬이거든.


네.


고 주둥이를 믿을 수가 없긴 한데…….


생각도 하기 싫어요. 트라우마예요.


트라우마?! (짧은 웃음) 잡설 그만하고 함부로 주둥이 놀리고 다니면 확 그냥, 막 그냥, 어, 진짜 국물도 없어!


네.


(술 한 잔 마시고 화제를 돌린다) 탁형, 근데 그 사람 자식이 하나 있었나 봐요.


아들.


편지를 많이 썼더라고요. 글발이 뭐…… 작가가 따로 없더라고요. 그런데 부치지를 않고 그냥 쓰기만 했던데. 얼마 전까지도.


아들이 캐나다에 있어.


캐나다요? 그것까지 아셨어요?


(사진을 몇 장 건네며) 유학 가서 돌아오지 않고 쭉 살았나 봐. 캐나다년인지, 미국년인지 결혼했고 애도 둘이 있어. 켈리, 아니타.


오~ 언제 또 챙기셨대. 부지런도 하셔.


척, 사진을 유심히 본다.


아들놈 인물이 별로네. 키도 작고 병약해 보이기도 하고, 거기에 비해선 이 할아방 인 물도 좋고 풍채도 좋아.


인생이 별거 없지. 사진 몇 장만 봐도 인생이 다 보인다. 별로 다를 게 없어. 사진이 증거지.


근데 형님,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왜 사진 모으세요? 찝찝하지 않으세요? 죽은 사람 사진 난 쫌 그런데…… 뭐 유별날 것도 없고.


맞아. 유별날 게 없어. 그래서 모으는 거야. 이 사람 그냥 평범한 회사원으로 평생 산 사람이다. 전혀 별난 거 없어.


엄청 검소하더라고요. 취미도 없는 거 같고. (사진 탁에게 다시 건넨다)


취미다, 취미. 내 취미가 사진 모으는 거다. 어렸을 때 우표 모으는 거 취미였는데 이제는 사진 모으기가 취미다. 재수 옴 붙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보며)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아련해 보여서 버리기가 아깝더라고. 시체가 있던 자리를 치운 뒤에 사진을 보면 연민이 생겨. 이렇게 죽으려고 산 인생이 아니잖아.


로맨티스트야 로맨티스트. 죽은 사람이 아니라 형이 별나네.


그래, 내가 별나지. 내 인생이 조금 별나지.


근데요, 형님들! 왜 무연고라고 했죠? 왜 구청에서는 몰랐을까요? 연고자 없는 죽음이라고 의뢰한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캐나다에 있는 아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나요?


(사진 보며) 우리 말고 그런 데를 누가 유심히 볼 거 같냐. 대충 하는 거지. 육시랄 공무원놈들!


답답아, 알리면 올 거 같아?


당연히 오겠죠. 가족인데!


그 노인이 편지를 쓰고 왜 보내질 않았겠어? 아들은 한국 떠나고 다시는 오질 않았어. 아들의 흔적이 전혀 없거든.


형님 완죤 탐정이시네.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가족이라고!! (허탈하게 웃는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그래도 가족이라면 말이야. 우리가 거기 갈 일이 있을까 없을까. (술 한 잔 따라 다시 마신다) 화상아, 절대 없지.


가족이 더해. 가족이 더 잔인해.


답답하다 너도. 감방도 갔다 온 놈이.


감방 얘기 그만해. 헤드에 또 막 오려고 하니까.


야. 거기 면회 간 사람 몇 명이나 되냐? 나 말고 또 누가 갔어?


됐어요. (사이) 그건 고맙게 생각해요. 고맙게 생각한다고.


그 자식놈 안 와. 연락받아도 절대 안 와. 그리고 우리가 그런 거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지. 우린 우리 할 일 하고 빨리 입금되면 장땡! 괜히 연고자 있다 해 봤자 일만 복잡하다. 석 달 방치된 시체라면 답은 딱인 거야. ALL ALONE, ALL ALONE, 인생 올 얼론이다.


(혼자 술 따라 마신다) 참 더럽네…….


알겠냐?


(고개 끄덕인다) 더러워.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더럽긴 니가 더 드럽다. 그렇게 토하고 또 버릴 게 있냐?


화장실 어디예요?


도망가는 거 아니지? 저기 벽에 열쇠 걸려 있다. 저거 가지고 계단 올라가면 나와. 올때 복도에서 소주 한 병 가져와. 손 닦고.


(귀에 대고) 네.


꾹이 화장실 간다. 두 사람, 술과 안주 먹는다.


줄 거 있다.


뭐요?


(가방에서 금두꺼비 꺼내준다) 어때?


와아~ 이쁜데요. 자태하며 귀엽기도 하고. 진짜 이쁘네요.


장롱 속에서 찾았다. 깊은 곳에 있더라.


이뻐요. 이뻐서 침이 나오네요.


밝히기는…… 그렇게 불행한 노인은 아닌 거 같네. 금두꺼비도 있고.


그러게요. 그런데 왜 저에게?


너 원래 이런 거 챙기잖아.


아셨어요?


왼손 들어 봐.


척이 손을 들자 손목시계가 손목에서 흘러내린다.


모를 거 같아.


죄송해요.


나 속이지는 마라. 난 일한 만큼 벌면 돼. 니가 반장이니까 콩고물은 알아서 챙겨. 상관 안해.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형님! 역시 내가 형님 때문에 산다. 이 시계 드릴게요. 내가 원래 형님 드리려고 챙겨둔 건데, 이런 거 싫어하실까 봐.


(단호하게) 됐어. 시계는 더 싫어. 시간은 출근 시간, 퇴근 시간만 알면 되지. 근데 반장아, 속이진 말아라! 챙길 때 뭐 챙겼는지 말만 해. 나 속이면 바로 끝이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금두꺼비를 바라보며) 이건 팔지 말고 우리 황금마차 컴퍼니의 상징으로 삼아야겠어요.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죠. 행운의 상징으로다가~


마음대로 해라.


탁, 술잔을 기울인다.

척, 두꺼비를 쓰다듬는다.


형님도 쓰다듬어 보세요. 자~


유난은…….


해 보세요! 나쁠 거 없잖아요. 귀여운 두꺼비, 두꺼비님.


탁도 마지못해 두꺼비를 쓰다듬는다.


으메 귀여워라!


꾹의 인기척이 들리자 척은 금두꺼비를 숨긴다.

꾹이 소주병을 가지고 돌아온다.


가서 귀신 안 봤냐?


됐어요.


있었을 텐데.


됐습니다. 저는 이만 갈게요.


그래 들어가라. 그럼 너, 앞으로 뭐 할 건데? 이 고수익 산업을 마다하고 뭐 할 거야? 설마 또 빠칭코에서 죽칠 생각이면 돈 뱉어내고 가라!


걱정 마세요. 그럴 일 없어요.


그래서 뭐 할 건데?


사람이 할 만한 일요. 이렇게 더럽고 역겨운 일 말고 깨끗한 일, 좆나 깨끗한 일 찾을 거예요.


니미.


육시랄!


척과 탁이 꾹을 노려본다.


암전.

경쾌한 음악 흐른다.

이전 02화마부들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