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1분기를 되돌아보며
1월 1일 타종식을 보지 않았다. 오랫동안 만났던 연인과의 큰 다툼으로 '새해 복 많이 받아'라는 따스한 말들이 내 우울을 더 깊게 만들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그 슬픔을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어쩌면 첫 이별이 될 수 도 있었기에, 내 몸과 마음은 아직 2021년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새해를 조금 늦게 맞이했다.
나는 우울을 이겨내기 위해 더 바삐 살았다. 우울을 내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본래 한없이 우울의 굴을 파고들던 난데, 해를 거듭할수록 우울을 극복하는 법을 하나씩 얻어간다. 잘 무너지지만 잘 일어난다. 마지못해 일어났지만 용케 잘 살아냈다. 수없이 무너졌지만 수없이 딛고 일어났다.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마음이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혔다.
내 진심이 전해진 걸까. 아니면 네 마음이 크게 힘든 탓이었을까. 아무쪼록 우린 와장창 깨져버린 믿음을 나의 굳센 각오와 너의 눈 감음으로 본드를 칠했다. 이음새가 얼마나 완벽히 굳혀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린 다시 긴 연애를 이어갔다. 떨어져 있는 동안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오랜 시간 함께한 네게 응원을 듣지 못한다면 내가 이뤄온, 이뤄낼 성취들이 큰 의미가 없을 듯한 느낌이 크게 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24살 취준생이기에 연애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전반적인 정신적 지주는 너였기에. 이건 사랑을 너머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큰 존재임은 확실하게 느꼈다.
오랜 시간 고전했던 입사. 인턴 자리도 녹록지 않았던 지난해였다. 넣는 족족 떨어진 건 아니다. 서류는 늘 찰떡같이 붙었다. 서류 합격은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난 내가 쌓아온 것들에 자신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면접을 보고 나면 왜 이렇게 현타가 오는지. 물론 객관적으로 못 본 면접도 있었지만 누가 봐도 잘 본 면접도 모종의 이유로 불합격이었다. 처음엔 '불합격'이라는 빨간불이 날 옭아맸지만 이젠 '나와 결이 맞지 않는 곳일까?'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털어낸다. 일희일비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난 어쩔 수 없이 늘 일희일비한다. 근데 뭐 그게 어떠냐. 그냥 일희 해서 즐기고 일비 해서 털어내면 되는 거 아닌가.
'남들은 인턴 한 자리 꽤 차고 열심히 오피스 라이프를 즐기던데, 나는 뭐가 얼마나 부족해서 이 온 세상 한 자리도 못 차지하는 걸까?'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주 1회 정돈 들었다. 그러며 자문자답하며 고민을 마무리했다. '정량적인 어학성적의 부족', '하고 싶은 직군과 해온 커리어가 잘 맞지 않음' 등등 꽤나 완벽한 자기 객관화로 고민을 방향으로 수정했고 거듭 노력하며 지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내 노력에 만족하진 못하지만 아무튼 어찌어찌 잘 굴러다녔다.
인턴도 아니고 무려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K-테크노벨리에 입성했다. 내 인생엔 없을 줄 알았던 곳인데 어찌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늘 목내어 말했던, 스스로 그곳의 딸이라며 칭하고 다닌 회사에 들어갔다. 스스로에게 늘 말한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고. 내가 줄곧 간절히 원하고 여길 향해 달려왔기에 이룬 거라고. 그리고 주위에서 수많은 축하를 받았다. 정규직도 아닌데 이렇게 큰 축하를 받을 일인가 싶었는데, 감히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좋아해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애석하게도 그토록 원하는 이곳에선 올해 중으로 계약이 끝난다. 말 그대로 단기계약직인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이 자리를 떠나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더 성장하고 싶다. 약 두 달 즘 되는 시간 동안 벌써부터 '에이스'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빨리 적응하고 이것저것을 해 냈다. 그래도 난 아직 배움이 고프다. 더 깊은 분야를 알고 싶기도, 내가 잘하는 분야를 다른 분야와 엮어 표현해보고 싶다.
이곳은 내 꿈을 모두 실현해낼 수 있는 곳이다. 만족보다는 도전을 과감히 해 내고 싶다. 24살의 첫 분기가 이렇게 흘러간다. 70점 정도 주고 싶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많은 좌절과 도전을 새기고 싶다.
어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탓에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조그마한 내 노트북을 켜고 글을 휘날린다. 즐겁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기록하는 일을 왜 내가 좋아했는지 알 것만 같다. 다음엔 내 길고 길었던 프리랜서 에디터 시절을 풀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어리숙했던 그 시절. 떠올리기만 해도 몽글몽글한 그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