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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랑 Mar 25. 2022

0. 나의 꿈

내가 살면서 꿈꿔온 일들

강릉으로 떠나던 KTX 안

어렸을 적, 적어둔 장래희망은 가지각색이었다. 과학자, 화가, 피아니스트 등. 지금의 나와는 아주 거리가 먼 장래희망들이다. 중고등학교 땐 CSI 시리즈를 꼬박 챙겨보며 과학수사대에 들어가고 싶단 생각도 해봤고 그저 향기 맡는 걸 좋아해 조향사가 되고 싶단 생각도 가끔 했었다. 그중 내가 한창 중2병이라 불리는 그 시기에 핸드폰 메모장에 글을 자주 썼다. 나와 친한 친구와 글 배틀도 했었다. 참으로 웃긴 게 지금도 카톡 하면 서로 위로글 써주느라 바쁘다. 아무튼 그 메모장의 글을 써 내려갈 당시 내 글에 매우 흡족했으며 그 시기 아빠가 졸업 선물로 오매불망하던 DSLR을 사줬다. 어쩌면 남들보다 일찍이 카메라를 손에 쥐고 다녔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온 듯하다. 사진과 글은 그저 쓰고 찍는 행위의 수단이 아닌 그 순간의 나를 오롯이 기억하고 기록하는 무엇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찍은 사진과 글을 담은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일상이, 내 인생이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지만 그냥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연인지, 나의 지인인 C는 올해 본인이 써 내려온 수필을 직접 작업, 편집, 인쇄까지 맡겨 정식으로 등록된 책은 아니지만 주변인들이 볼 수 있는 책자를 만들었다. C는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니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 그의 애정 어린 고민들을 들어오며 난 그저 응원했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해낸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지금도 나는 현실과 타협하며, 현실에 안주하며 있고 한걸음 나아가지 못한 순간이 셀 수 없기에 도전하고 끝까지 해낸 모습이 부럽다 못해 스스로 부끄럽기까지 했다. C와 많은 생각을 나누곤 했는데, 내 머릿속 어렴풋이 남아 있던 '책'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적극적인 반응도 아니었지만 얼마 전 그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다시 한번 담아온 나의 꿈이 상기되었다. 


오늘 꿈에 대해 기록하는 이유는, 그 머지않은 날에 꼭 만들어 내고 싶다. 나에 대한 도전이자 장래희망이 아닌 정말 꿈을 이룰 것만 같단 생각이 든다. 아직 부족하지만, 그저 남겨보고 싶다.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우연히 1학년 때 팀플을 같이 하던 미대생의 근황을 볼 수 있었다. 사진, 글 그리고 그림으로 구독 서비스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멋있고 멋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동기 부여가 됐다. 그래서, 먼 미래 아니 그저 당장의 내일의 내가 이 글을 되읽어보며 나의 꿈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부자가 되고 싶다,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고 싶다. 이런 지나가는 말로 뱉은 꿈이 아닌 정말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이루는 날이 곧 왔으면 좋겠다.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삼키기보다 내 삶의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되자. 


-2020년 10월 8일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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