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햄아
11월 22일. 두 숫자가 나란히 있는 이 날은 내가 사랑하는 햄이의 생일이다. 사실 내게는 피가 섞인 두 명의 남동생이 있는데 내 삶에 여동생이 생기지 않은 이유는 햄이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태초의 기억이 있다면 우리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임씨네 가족. 우리는 우리의 엄마들로 인해 알게 된 사이다. 우리는 10동 남짓한 작은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근방의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갈 계획이었는데 어찌 보니 또 옆 동으로 함께 이사를 왔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언제나 우리는 함께였고 과거 학교에서 배운 '이웃사촌'이란 말이 우리 가족들에게 참으로도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그리고 가족을 제외한 사람 중 가장 나와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은 햄이다. 언니 혹은 여동생이 있는 자매들이 함께 여행을 많이 가는데 나에겐 햄이가 그런 존재다. 사실 나와 성격도 정반대인데, 여행을 가면 어찌나 죽이 척척 맞는지. 내가 홀로 다녀온 도쿄를 제외하고 모든 일본 여행은 햄이와 다녀왔다. 두 번의 도쿄, 오사카, 그리고 또 두 번의 후쿠오카. 국내는 말할 것도 없이 방방 곳곳 돌아다녔다. 또 올해 초 햄이가 지금 있는 밴쿠버와 LA에서의 시간도 정말 행복했다.
어릴 적엔 정말 제 멋대로 하는 행동들이 그저 웃기고 왜 저럴까 싶을 때도 많았지만 어느새 어리광 부리는 모습은 어디 가고 먼 타국에서 홀로 척척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미어질 때도 많다. 그래도 머리 하나와 끈기 하나는 타고났는지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늘 해내는 이 아이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때도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행기로만 열두 시간이 꼬박 걸리는 그곳에서 아무 탈 없이 건강히 잘 지내길 기도할 뿐이지만. 이렇게 멀리 있어도 그녀는 언제나 나의 든든한 편임에 감사하다. 또한 우리가 선택한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역한 사이로 지낼 수 있음에 또다시 한번 감사하다.
햄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 네가 숭이에게 짜증을 낼 때도 우린 언제나 우리에게만 부리는 어리광임을 안다. 네가 쇼핑을 할 때 별 요란스러운 걸 가져와 우리가 진절머리를 내도 개의치 않고 언제나 올인하는 네가 좋다. 이젠 어릴 적 아파트 인터폰으로 불러 놀자고 불러낼 수도, 그렇다고 전화로 불러내 바로 함께할 수 없지만 우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우리는 다시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너와 정말 행복한 기억만 가득 앉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거 같다. LA에서 말리부까지 펼쳐진 노을 드라이브, 강동까지 가서 먹은 소금빵 그리고 후쿠오카에서의 명란 츠케멘까지. 올해 내게 참으로 행복한 기억만 남겨줘서 고마워.
그곳에서의 생일은 이제 시작이겠다. 스물다섯 살 생일을 정말로 축하해. 할머니 될 때까지 축하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