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도쿄 1편
드디어 출국 날이다. 2019년 미얀마로 향한 이후 국제선은 오랜만이다. 사실 나는 여행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고, 해외가 그립거나 그런 적은 딱히 없는 사람으로서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에 어려움을 겪을 때 큰 타격은 없었다. 그래도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유는 이런 나기에 영영 여행에 흥미를 붙이지 못할까봐. 여행이 싫다기보단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점차 사라지는 듯 해서. 꼭 떠나자는 의미로 여행 적금도 차곡차곡 모았다. 적금 이름은 “제발 여행 좀 가.” 처음 돈을 모을 때부터 홀로 떠나기로 다짐했다. 지금까지 동행있는 여행만 해봐서 홀로 떠나는 재미도 느껴보자는 마음이 컸다. 사실은 타인이랑 일본에 가서 시도때도 없이 생맥주를 시켜 먹어도 괜찮을까? 했을 때 괜찮은 주변인이 없기도 했다.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만 24세 인생 첫 홀로 여행이자 4년 만의 해외 여행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번 여행이 뜻깊은 이유는 (시작도 안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번 돈으로 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해외를 다녀왔지만 부모님의 자본을 빌려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내가 번 돈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어른이라는 단어에 가까워 진듯해서 뿌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걱정도 조금 된다. 내 돈이라 흥청망청 쓸까봐. 쓰면 또 어때. 열심히 벌면되지.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그냥 후회없이 놀다 오는게 목표다.
아침부터 너무나도 바빴다. 사실은 실업급여 4차 수급일이라 고용센터에 방문해야 했는데, 구직희망카드가 반송되는 바람에 꼭 방문해야 하는 사실을 몰랐다. 원래 하던대로 인터넷 실업 인정을 받으러 접속했는데 웬걸. 꼭 방문해야 한다는 게 아닌가. 출국 날부터 꼬이게 생겼는데 다행히도 오후 비행기라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아침에 분주히 일어나기 두려워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참으로도 다행이다.
예정 했던 공항버스 시간보다 빠르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계획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움직였다. 302 버스를 타고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했고 남들이 점심 먹으러 분주히 나가는 시간에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건대-성수동을 지나 강변대로로 차는 진입했고 그 이후 눈을 떠보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이동 수단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데 아침부터 바삐 움직인 보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은 신기한 것 투성이다. 짐을 쉽게 풀 수 있도록 거치할 수 있는 장소도 있었고, 수화물 무게 걱정(?)을 덜 수 있게 간이 무게 측정기도 주변에 즐비했다. 도착하자 마자 비행기 체크인을 했고 일본 입국 수속이 느리다는 무수한 악평이 있기에 만 오천원을 더 내고 미리 젤 앞자리 창가자리를 예약했다. 사실 맨 앞자리에 테이블이 없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좌석 앞 뒤는 넓어서 좋다. 아마 테이블이 없다고 주의사항에 있었겠지? 그런건 꼼꼼히 읽지 않는 나다. 역시. 어딘가 부족하게 꼼꼼한 나. 긴 세월동안 변하지 못하는 버릇이다.
수화물을 맡기러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사실 비짓트 재팬 등록하면 백신 증명서가 필요 없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카운터에서 종이를 주섬주섬 꺼내는 게 아닌가. 아차 싶었다. 역시 또 버릇 발동. 그래도 혹시 몰라 핸드폰으로 해외버전을 저장해 뒀고, 맥북에도 저장해뒀는데 이걸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혹시 현지에서도 필요할 수 도 있으니 핸드폰에 저장 해두라는 지상 승무원님의 말씀을 끝으로 수속을 하러 들어갔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은 없었지만, 이렇게 다인원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오랜만이라 20분이 채 안돼서 기가 빨려버린 나다. 원래 뜨끈한 국물이 있는 밥을 먹고 가고 싶었는데 그런 메뉴를 찾기도 전에 힘이 들어 그냥 에그드랍을 하나 시켜먹고 얼른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아 벤티사이즈는 영원한 내 친구. 커피를 마시며 면세점 구경을 했는데 딱히 사고 싶은건 없기도 했고 견물생심이라고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그냥 탑승동으로 향했다.
탑승동으로 가는 열차를 타면 다시는 못 돌아온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다시 못돌아와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 돌았고 게이트 앞 의자에서 남은 한 시간을 보내자 싶어 빠르게 움직였다. 혹시 심심할까 싶어 새소년이랑 검정치마 노래 몇 곡을 저장을 했다.
일몰 시간이라 그런지 햇볕이 너무 세지만 이렇게 직접 햇살과 얼굴을 맞닿은지가 언젠지.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는데,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인디 노래 실컷 들으면서 이륙하니 조금 실감이 나기도 한다. 도착해서 부디 빠른 입국 수속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