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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랑 Mar 27. 2022

[초상화] #0. 프롤로그

꿈꿔온 글을 쓰자

오랜만에 친한 동생과 연락을 했다. 


그녀의 첫 시험날이기도 했고 주변에 꽤 많은 사람이 고시생이었기에. 

시험이 끝날 무렵, 미뤘던 안부를 물었다. 


"오늘 시험 봤겠네. 고생했어"

"안 그래도 끝나고 밥 먹는 중 … 뭐하고 지내?"

"출근 잘하고 있고 코로나 걸렸어. 꼼짝없이 쉬는 중"

"쉬는 모습이 어색하겠는데..^^"


어찌도 나를 잘 아는지 쉬어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이것저것 일을 벌여둔 나는 부리나케 또 소식을 전했다.


격리 3일 차였던 나는 

"하루는 쉬고, 하루는 브런치 작가 등록하고, 하루는 사진 계정을 만들었어

근데 브런치 작가 등록이 됐어. 삼수는 기본으로 한다던데"라며

기분 좋은 소식을 같이 건넸다.


언니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건가?

그렇다. 

축하한다는 말과 동시에 내 목적성을 읽은 유일한 사람일지도. 





어릴 적 문득 꿈꿨던 일을 드디어 실현할 수 있는 적기다. 모든 것엔 때가 있다고들 하는데. 전대미문한 역병에 걸려 이루게 될 줄이야. 내 코를 맵게 만든 바이러스에게 고마워할 줄 상상도 못 했다. 위기(?)를 기회로. 홀연히 흘러갈 시간이 아까워 방구석에서 또다시 노트북을 켠다. 


내가 찍은 사진과 내가 쓴 글로 책 만들기. 어릴 적 뭉게구름처럼 머릿속에 떠 있던 꿈이었다. '꿈'이라고 하기도 거창하네. 그저 떠오르는 생각에 불가했다. 대학에 와서 주변인들 덕인지, 살면서 '취미'를 제대로 즐긴 탓인지. 생각은 도전하고픈 용기로, 그 용기는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유독 햇살을 품은 곳엔 이유 없이 셔터를 눌리는 병이 있다. 마음에 드는 공간이 생기면 내 시야는 마치 뷰파인더처럼 사각형 모양으로 프레임이 좁아진다. 가던 길이 아무리 바빠도 멈춰 그곳을 기록하고 마음에 품는다. 혹여 놓치는 공간이 있으면 곧장 '카카오 맵'을 열어 그곳이 어딘지 장소를 저장한다. 다음이 있다면 그다음엔 꼭 간직하고 싶어서. 


사람도 마찬가지다. 햇살을 닮은 것이라면 없던 마음이 생겨난다. 내 주변인들도 그렇다. 많지 않지만 살면서 지켜나가고픈 사람들. 이유 없이 무한한 애정을 주고 싶은 그런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그늘보다 햇살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한없이 쓰이는 것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내가 느끼는 따스함이 불특정 다수에게도 적절한 온도로 닿길 바라며. 





ⓒ YERANG LEE
해 질 녘엔 사랑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 어떤 먹빛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초상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보통날이자 

고이 접어 전하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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