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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다 착한 사람

- 장편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고성이 오갔던 15층 대회의실, 불은 꺼졌지만 나는 회의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준비가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일까, 팀장님의 욕 때문이었을까, 어깨는 처지고 한숨은 계속 나온다.

 마지막으로 나가던 차장님이 다시 돌아와 나에게 무심한 듯 한마디 한다.

 "너네 팀장,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야."

 "네, 제가 부족한 거죠."

 어깨 위 차장님의 다독임이 느껴진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다.

 

 알고 보면 착한 사람. 세상에 알고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세상 악한 악당도 그 주변인 엔 게는, 그리고 그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딱하고 착한 사람일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다. 1차원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아니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도 사람의 생각은 바뀌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소설에서 말하는 3차원적 인물이다. 세상은 3차원적 사람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선 3차원적 인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사람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은 장편소설을 읽으므로써 키울 수 있다. 단편소설은 길이 한계상 3차원적 인물을 온전히 표현하기 쉽지 않다. 반면, 장편소설에서는 3차원적 인물 표현이 원활하다. 장편소설을 온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독서를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2분 법적 세상이 아니다. 적과 아군으로 나눌 수도 없고, 0과 1이 아닌, 정말 다양한 존재와 인격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세상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이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길 원하는가. 이 말은 곧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길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조금 더 다채로운 세상을 살아가길 원한다면, 아이가 장편소설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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