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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해야 한다는 부담감

엄마 아빠 Burn Out.

 기술의 발전은 육아의 방식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전문가들의 육아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문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훌륭한 엄마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해준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엄마 아빠들은 '아이에게 어떤 것을 해줘야 하는지' 고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내가 못해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또는 '우리아이가 보통보다 뒤쳐지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등 걱정의 홍수에 휩쓸려 많은 시간을 또 해결책을 찾는데 보낸다.

 

 잠시 휴식을 위해 TV를 키더라도, 어디를 갔다가 돌아오신건지 슈퍼맨(아빠)이 등장하고, 전문가들이 뚝딱 해결하고, 눈에 보이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육아 프로그램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한 프로그램들을 보고있자면, 번뜩이는 idea 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과 걱정이 먼저 들곤 한다. 그뿐인가, 정신차리고 길을 나가보면 돌부터 다녀야 하는 다양한 학원(?)들의 간판을 찾아볼 수 있고, 어떤 곳인가 또 검색을 하다보면 마치 이미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를 낳기 전, 이것들은 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육아에 있어 나의 한계는 확실하고 크게 그리고 아주 빠르게 다가온다. 아이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것들만 하는 것이 육아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이래서 사교육에 가야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에 불안감을 느끼고 '육아 공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육아가 과학과 기술의 영역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input에 따라 output 딱딱 이루어 진다면 육아가 재미있지 않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육아는 인내와 감성의 영역에 가까운듯 싶다. 세상 아이들은 다 되지만 나의 아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놀이방식. 나는 이렇게 자랐다는데 눈앞의 아이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30년을 더 살아온 나지만, 지금 이순간 왜 울고있는지조차 이해못하겠다. 항상 아이는 왜 내가 가장 지쳐있을때 짜증을 더 낼까. 이 모든것들이 내가 부족함에서 오는 결과인것 같이 느껴진다.


 서점을 가보면 육아에 대한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육아에 관심을 갖고 있고, 또 무언가 문제가 있으니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욕구들이 있는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가. 책 제목들만 보고 있자면 나는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이러다가는 부모 자격증 1급, 2급이 나오고, 수험서가 나오진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육아의 정답은 무엇일까? 한가지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듣는다면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시중에 존재하는 모든 이론을 섭렵할 수는 없다. 그리고 육아로 완성형 인간을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닐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육아의 목적은 아이가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 원칙아래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는 세상에 나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학습하며 완성되어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아이를 키우고자 한다면 부모에게 필요한건 작은 이론들 보다 스스로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조차도 하지 못하는데, 어떤 원칙으로 훈육할 수 있겠는가.


 부모로써 내가 느껴야 하는 성장해야 하는 부담감은, 사실 내가 어떤 삶을 살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은 결국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많은 대화, 활동들을 함께 하게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내가 조금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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