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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핀다.

- 느린 아이를 기다리며,

 청명한 하늘 구름 한 점 없던 날, 군인이었던 나는 연병장 옆 길을 부소대장과 함께 걷고 있었다. 연병장 구석 모퉁이에는 민들레가 무수히도 많이 피어있었다. 군인에게 연병장 위 민들레는 이쁜 꽃이 아닌 제초작업을 해야 하는 식물일 뿐이었다.

 '정말 베어도 베어도 민들레는 자라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멈추어 민들레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함께 걷던 부소대장도 민들레를 바라보았다.

 "기다리면 다 피는데 말입니다."

 "예?"

 나는 부소대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반문하였다. 민들레를 보며 기다리면 핀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 궁금해하며 다시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박 중사?"

 "소대장님. 민들레는 기다리면 다 핍니다. 하루 이틀 차이가 있지만, 기다리면 모든 꽃은 핍니다. 미리 꺾지만 않으면 결국에는 다 핍니다. 애들도 마찬가집니다."

 "와..."

 나는 그 뒤에 말을 잊지 못하였다. 정말 짧은 대화였지만, 정말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는 말이었다. 정말 많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으리라 생각하며 그 자리에서 한참을 생각에 빠져 서있었다. 부소대장도 내가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었을까, 함께 민들레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서 있어주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뒤집기를 해야 하는 시기, 기어야 하는 시기, 걸어야 하는 시기 등 수많은 시기가 있다. 책이나 인터넷 등에는 이론적으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는 때가 나와있다. 조금이라도 빠른 것 같으면 부모는 기쁘고, 늦는 것 같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참고자료들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마다 시기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와있다. 단순히 걷고 뛰고의 일뿐만 아니라, 커가면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이루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역시나 누구보다는 빠르게, 누구보다는 느리게 그리고 어떤 분야는 잘, 어떤 분야는 더디게 나아가게 된다.

 나는 사람마다 발전과정, 시기, 방향 모든 것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같은 지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듯이 사람마다 신체, 성격, 뇌 구조 등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도 같은 과정으로 발전한다고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야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아이는 기다리면 꽃을 피운다. 마치 꽃이 피어야 할 시기에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말이다. 우리는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의 꽃을 피우기 위해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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