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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여사 Jan 30. 2023

그래서 필리핀이 어디라고?

네덜란드 엄마 Ep.02

위케는 그날부터 필리핀에 대해 공부했다고 했다. 언어는 뭘 쓰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세상 반대편에 있는 전혀 다른 인종이 사는 그 나라에 대해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답사를 떠났다.


익숙한 세상을 떠나 불편의 세상으로 발을 디디는건 누구에게나 쉬운일은 아닐터. 그녀가 잘 나가던 커리어도 마다하고 낯선 지구 반대편으로 남편을 따라 가기로 마음 먹은 이유가 궁금했다.


위케는 "family time" 을 더 많이 보낼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느 나라에서 살지 보다 5명의 가족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기회 라는것이 그녀가 필리핀행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였다.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으면 좋은 커리어를 버리고 남편을 따라 세상 반대편으로 떠난 다는 것에 굉장한 갈등과 상실감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녀는 "family time" 을 위해 필리핀으로 가기로 결정을 한다.


필리핀에 도착한 그녀는 여느 주재원들이 느끼는 문화 충격을 여러 번 느꼈다고 했다.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네덜란드인 그녀와 어린 자녀들이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는지 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다가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아이들을 만지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머리카락을 막 와서 만진다고? 이야기를 듣는 나도 충격인데 그녀에게 그런 일련의 사건들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으리라.


왜 머리카락을 만져? 허락도 안 받고 그냥 만졌다고?? 이렇게 묻는 나에게 그녀는 "응, 노랑머리가 그들에게는 일종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나 봐. 내 머리카락을 만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 것 같았어"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은 그렇다 쳐도 어린아이 셋을 만지려는 사람들 때문에 시시각각 위협을 느꼈다는 그녀는 그래서 필리핀에 사는 동안은 외출할때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다고 했다. 그리고 세 아이를 데리고 절대 혼자 외출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의 손이 두 개뿐이고 그녀가 잡아야 할 아이는 셋이였기 때문이다.


또한 필리핀에서는 총을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에 필리핀에서 총을 보는 것보다 같은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더 신기해 보였다고 했다. 하하.


그리고 그녀에게 진정한 자아분열의 시기가 찾아온다. 수백억을 만지는 일을 하던 그녀에게 이제 아이들의 플레이데이트 (서로 돌아가며 친구네 집에 가서 같이 노는 것)를 계획하는 일이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진정한 육아 지옥의 길이 열렸다. 그것도 한번도 와본적 없는 낯선 지구 반대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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