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IB 학교
큰 아이가 11학년이다.
Full IB를 하는 큰 아이는 이미 IBDP를 반 정도 마쳤다.
IB 학교를 다니면 10학년 2학기 정도에 과목 선정을 한다.
어느 나라의 어느 대학 무슨 전공을 하느냐에 따라 학교에서 요구하는 필수과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과목선정은 꽤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IBDP는 HL (high level) 3과목과 SL(Standard Level) 3 과목을 선정해야 하는데 과에 따라서 HL로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과목이 있기 때문에 미리 잘 알아보는 것이 좋다.
아는 아이 중에서 math를 SL로 해도 되는 전공과인 줄 알고 SL로 IB를 했다가 나중에 12학년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어서 결국 원하는 전공과에 원서를 못 넣은 경우도 보았다.
IB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부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을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공부라고 한다. 해서 10학년말에 정해 놓은 과목을 11학년 중간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과목을 바꿔서 새로 시작할 경우 그 광범위한 진도 내용을 다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라마나, 대학마나 편차가 있으니 9학년 때쯤 어느 정도 진로를 정하고 10학년때 과목 선정하기 전에 미리 가고자 하는 대학/전공과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미리 리서치를 해 놓는 것이 좋다.
딸아이는 의사가 되고 싶단다. 처음 의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말렸다. 너무 험난한 길이고 의대 졸업을 위한 공부과정도 길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라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호주에 있는 시드니 대학의 의대가 목표이기는 하나 시드니 대학의 의과대가 너무 높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99.98점을 받아야 한다. IB 45점 만점에 Perfect score 45점을 받아야 한다. 딱 10명만 뽑는단다.
하지만 호주 의과대의 경우 의과대의 80% 이상이 다른 science 전공 후 GAMSAT 을 보고 의대진학을 하는 경우이고 20% 미만의 소수만이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고 바로 의과대로 들어오는 미친 천재들이다. 딸아이는 Medical Science를 전공 후 GAMSAT을 볼 예정이다. 물론 시드니대 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다른 대학의 Pre Med를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점수가 나온다면 다른 대학도 고려는 해보겠지만 그건 12학년 되어서 결정하면 된다.
의대 진학을 위해 Doctor Shadowing Program (의사를 따라다니며 배우는 견학 같은 개념)을 하면 좋다고 해 오랜 기간 나와 아이들의 주치의였던 몇몇 의사를 딸아이와 함께 만나러 다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대부분의 의사들이 "Why you want to become a doctor? I don't want to discourage you... but....." 이러면서 말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표정이 말을 한다 "왜 하필 의사가 되려고 해? 다시 잘 생각해 봐"
이미 늦었다. 11학년이다. IBDP의 첫해가 끝나간다.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딸에게 물어보았다.
너 정말 왜 의사가 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