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적는 사랑고백, 시작
모든 결에는 그림자가 있다. 일례로 물결을 보자. 위쪽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지만 아래쪽은 짙고 검푸르다. 꿈결도 마찬가지로, 볕을 골라 다니지 않으면 그림자에 발 들이기 십상이다.
그림자라고 다 나쁜 건 아니지만 꿈결같은 사랑에 딸려오는 그림자는 항상 아팠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으면 외로웠고, 곁에 있으면 외롭고 싶었다. 모든 결에는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모든 곁에는 틈이 있었다.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은 항상 차고 매서워서 손이 꽁꽁 얼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중이거나 사랑하지 않는 많은 순간에 내 풍경은 자주 겨울이었다. 달리 갈 곳도 없어 그 속에 서있다 보면 눈이 내리고, 발끝이 젖어와 양말이 축축해졌다. 언 발을 꼼지락거리다 지칠때 쯤 걷기 시작했으나 시린 발끝은 녹지 않았고, 그게 너무 서러워서 자주 울었다.
혼자 울다가 잡아챈 옷깃은 당신의 것이었다. 꼭 쥐고 놓지 않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는 더는 겨울이 아니고, 이 마음에 그림자가 따라와야 한다면 나는 그 속에서도 혼자이지는 않을테다.
내 옆에는 지금 두마리의 고양이와 한명의 배우자가 있다. 고양이는 논외로 치더라도-물론 앞으로 자주 지면에서 사랑을 속삭일 예정이다- 배우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지금까지 겪었던 사랑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너무 사소해서, 하나하나 말하기엔 낯간지러워서 '사랑한다'는 결론만 전한 순간들의 뒷 이야기를 이곳에 몰래 적어보려 한다. 내가 당신을 왜, 어느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지. 이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는 당신만 모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