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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Aug 15. 2022

양극성 장애 인스타툰도 그려주세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자.

    우울장애 관련 컨텐츠(인스타툰, 에세이, 유튜브 정보성 컨텐츠 등)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추세이다. 내가 양극성 장애임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정보의 보고이자 배움의 장인 유튜브에 양극성 장애, 조울증따위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양극성 장애에 대한 컨텐츠는 우울장애에 비해 그 양이 적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DSM-5 진단기준에 근거한 길고 딱딱한 정보성 컨텐츠였다. 그나마 거의 양극성1형(조증)에 대한 것으로, 경조증에 대한 정보는 정말 적었다.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샅샅이 훑고 나서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조/울 삽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궁금해졌다. 우선 브런치에서 양극성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쭉 읽어내려간 후, 양극성 장애 관련 인스타툰이 있는지 찾아보는데 잘 나오지 않는다(물론 내 검색실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다). 

 양극성 장애 관련 인스타툰은 왜 없을까. 가장 큰 이유는 유병률이 적은 탓이 아닐까 한다. 둘째로는 환자 자신이 조증/경조증이라는 것을 아는 것(병식)이 낮은 탓일 수 있다. 사실 우울장애를 겪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인스타툰 작가들 중 몇몇은 양극성 장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없다면, 그리면 될 것이 아닌가. 그저께 쓴 글에서 인스타툰을 시작하면 어떨까 했는데, 이것 역시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는 증상이다. 지금 경조증인 나는 이것의 수요가 없을지도 모르고, 시작한다 해도 사람들이 내 컨텐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대차게 시작한다고 해도 내가 끈기있게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할 일이 이만큼 있음에도 양극성 장애 관련 인스타 계정을 새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퇴근한 배우자의 아이패드를 빌려 네컷 만화를 그려 볼 것이다. 그린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을 내고, 새로 판 계정도 예전에 만들어둔 고양이 계정처럼 버려질 테지만, 이 모든 걸 알고 있지만 결국 시작하게 되겠지.  


  양극성 인스타툰을 시작할 생각을 하니 들리는 노래가 모두 신이 난다. 앉은 채로 몸을 들썩들썩 하다가, 일어서서 스텝을 밟고, 일을 하다 말고 손가락도 근질거려 브런치를 켜고, 퇴고할 생각은 하나도 않고 우다다다 글을 쓰고 있다. 다음에 읽어볼 생각 없이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면 다시 일을 하다가 춤을 추다가 계정을 만들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집에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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