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고 얼마 후,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하준이가 아직 학교에 안 왔어요."
"네?? 어머나... 제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어머님"
아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신호음이 대여섯 번 울리자 울먹이며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엄마 어떡해요? 저 잠들었어요. 이제 일어났어요. "
"이제 준비해서 나가도록 해."
"안돼요. 지각이라고요. 미인정 지각. 점수 깎인다고요. 그냥 병원 갔다 간다고 말해줘요!"
"그건 안돼. 병원 간 게 아니니까."
"점수 깎여서 이 동네 학교에 못 가면 엄마가 책임질 거예요?"
"선생님께 지금 출발해 간다고 연락해야 하니까 끊자. 그리고 엄마 업무중이라 아마 전화가 안 될 거야"
나는 담임선생님께 아이가 늦잠을 잤노라고 메시지를 보낸 후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껐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늦잠 잤는데 잠들어서 이제 일어났고, 학교에 도착하면 문자 한 번 주세요'라고.
우리 지역은 학령인구가 늘어나는 신도시에 고등학교는 부족하고 비평준화 지역이이다. 그러니 중학생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성적이 안 되면 타 지역으로 배정받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면이야 상관없지만 중하위 그룹의 아이들은 타 지역으로 나갈까 봐 지나치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사실 한두 번 미인정 지각이 그렇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닐 텐데 아이 입장에선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30분 후에 휴대폰을 켰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그날 오후 퇴근 전에 귀가한 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후 4:18] 엄마 화내서 미안해
[오후 4:19] 괜찮아
[오후 4:19] 그래, 저녁밥 꼭 먹고 학원 조심히 다녀와. 엄마 일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와야 하거든
[오후 4:20] 네
[오후 4:20] 엄마도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후 4:21] 엄지 척 이모티콘
[오후 4:25] 학교알리미로 온 지필 고사 안내장 사진 3장을 보냈다
[오후 4:26] 네 고마워요
[오후 4:26] 천만에요
그날 나는 일이 있어 서울에 다녀오느라 늦게 집에 도착해 바로 잠들었고, 아이는 시험공부하느라 나보다 늦게 들어왔다.
다음 날, 나는 자는 아이를 깨우고 급히 출근을 하고 보니 또 카톡이 와 있었다. 아이가 새벽에 잠들기 전에 보낸 카톡이었다.
[오전 1:28] 엄마 오늘 아침에 화낸 거 사과못한거같아서 잠자기전인 지금이라도 남겨요 아침에 화내서 너무 미안했고 짜증내지 않을게요 제잘못이였는데 엄마한테 너무 화냈던것같아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하준이가 되고 지각하지않을게요 사랑해요 엄마 잘자요
[오전 8:48] 그래 하준아, 엄마가 메시지를 이제 봤네. 이번 일로 느낀 게 있으니 그걸로 충분해^^ 이렇게 엄마에게 먼저 사과를 해줘서 고마워.
[오전 8:48] 하트 이모티콘
저녁에 귀가한 아이가 웃으며 말한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는데 지각 한 번은 괜찮대요."
이후 나는 시끄러운 알람시계를 주문해 아이의 침대에서 멀리 놓아두고 간다.
아침 식사를 차려놓고 나갈 때 한 번 깨워주고 그다음은 아이의 의지에 맡겼다.
사춘기는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가 가르칠 수 있는 기회다. 학교 점수에 연연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