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총균쇠를 거의 일주일째 읽고 있는데 1/3까지는 재미있게 보다가 슬 머리가 무거워지고 있다.
머리도 식힐 겸(?) 가볍게 소설 한 권 읽으려고 밀리의 서재에서 찜해둔 책 목록을 보다가 펼쳐보았는데 솔직히 큰 기대 없이 보다가 점점 빠져들었다. 제목처럼 집콕하며 재미나게 읽었다.
저자가 고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문체나 어투도 친절한 느낌. 특히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 저자가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 탐구생활>을 읽고 쓴 아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술 열매를 먹으며 식량 채집에 더 열중했던 유인원의 전통은 피라미드 건설 공사 현장에도 이어졌다. 도저히 사람이 건설했다고 믿기 힘들 만큼 고된 노동이었음이 분명한 피라미드 공사 현장에서 맥주는 가장 중요한 건설 자재(?)이자 보수였다.
맥주가 없었다면 피라미드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근무 중에 술을 마실 수 없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수시로 커피를 마셔가면서 업무에 집중하려고 애쓰는 것은 혹시 그 옛날 술 열매를 따 먹으며 열심히 채집활동을 한 조상의 흔적일 수도 있겠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본문 중 61쪽
즉, 전통적인 농업 사회에서 고된 육체적 노동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막걸리+새참(K-농부의 경우)을 먹고 일의 효율을 올리고자 했던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적당한' 음주는 결국 인간의 신체적 능력과 활동을 증진시켜 더 많은 수확량을 거두게 함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간의 생존에 보탬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업무 시간에 술을 먹지 못하도록 금지된 슬픈 유인원들이 술 대신, 맥주 대신 커피 수혈을 하며 나름의 고충들을 달래는 서러운 풍경들로 이어졌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흥미로운 가설이다.
수백 년 전, 수천 년 전과 달리 기술은 발전하고 과학은 진보했지만 어쩐지 '커피 수혈'을 통해 고된 노동을 버티고자 하는 수많은 일개미들의 처지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좀 씁쓸했다.
이외 연필의 연대기라던지 루이 14세로 대표되는 귀족 이야기를 다룬 내용도 재미나게 읽었다.
권태로운 집콕 생활에 지쳐버린 분들께 추천하는 재미나고 유익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