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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진 Feb 05. 2022

뒷골목을 좋아하는 강아지

콩순이가 사람과 강아지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주로 아파트 뒷골목으로 산책을 간다.


뒷골목에 들어선 콩순이는 그 좁은 길에서도 가장 구석진 오른쪽을 고집한다.

그 어떤 생명도 허용치 않는 무시무시한 아스팔트의 손아귀를 벗어난 미약한 땅.

빈약한 흙과 이름 모를 풀들이 힘겹게 비집고 나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좁은 틈새에 즐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콩순이.


콩순이는 세상을 선의로만 보는 모양인지, 좋지 못한 것들에서도 기어이 좋은 것들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렇지 않고서야 담배꽁초, 쓰레기 같은 것들로 범벅이 된 더러운 길에서조차 생명을 머금고 있는 풀과 흙을 찾아내고, 코를 갖다 대 냄새를 흠뻑 맡고 좋아하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걸어갈 수 있을까.


상온에 오래 두어 표면이 살짝 굳어버린 젤리 곰 같은 귀여운 맨발로 아스팔트와 풀이 듬성듬성 난 좁은 틈새를 오가며 아장아장 걷는 콩순이.

고무 밑창이 3센티쯤 되는 튼튼한 운동화를 신고서도 행여나 신발이 더러워질까 조심조심 걸어가는 나.


행복을 찾아내는 일에서만큼은 콩순이는 재능이 아주 많은 강아지다.

그런 콩순이를 보며 나는 어쩐지 그런 일에 있어서는 영 젬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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