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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살림 May 31. 2021

엄마, 별은 어떻게 그려요?

미니멀 육아 일기

첫째와 3살 터울인 둘째는 올해 학교에 입학을 하여 1학년이 되었다. 성격도 밝고 애교도 많은 둘째가 학교생활도  적응할 줄 알았다. 첫째를 입학시킨 나름의 경험도 있었고 학습적으로도 부족함 없이 준비해서 보냈다고 생각했다. 한글도  깨쳐 혼자서 책도  덧셈과 뺄셈도 매일 공부해서 보냈던 터라 수업시간에 자신감 있게 잘 해낼 줄 알았다.


입학 첫날. 하교시간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둘째 마중을 나갔다. 둘째가 나를 보자마자 수업시간에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랍 정리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울음이 터졌단다.

'그럴 수 있지.. 넌 1학년이고 오늘은 입학 첫날이니깐..'


그런데 그날 이후로도


"가위질을 잘 못 해서 울었어."

"종이 접기가 너무 어려워서 울었어."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어려워서 울었어."

"종이접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


 '음.. 작년 코로나 때문에 유치원을 많이  가서 그런가..?'

작년 1월에 이사를 왔고 새로 옮긴 유치원은 코로나로 5일 중 2일만 등원을 했었다.

두 번 얘기하는 거면 그냥 넘겼을 텐데 매일 울고 오다시피 하는 둘째를 보며 혹시나 수업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아이들에게 놀림은 당하진 않을까. 마음에 상처를 받진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되었다. 


주변에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면

"미술학원에 보내."

"종이접기 학원에 보내."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정말 사교육이 다 해결해 줄까..?'


 결혼 전 수학 과외선생님으로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을 주로 가르쳤었다.  사교육에 종사했던 나지만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직접 가르치자.'  '부모가 제일 좋은 1:1 과외선생님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는 사교육을 시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원을 보내는 대신 둘째와 함께 가위질도 연습하고 수업시간 때 완성하지 못한 종이 접기와 딱지 접기 연습했다. 여러 번 해보더니 자신감이 생겼는지 혼자서도 곧 잘 접게 되었다.


이면지로 접은 종이 딱지


 "종이 접기는 어렵지 않아. 처음 접어보는 거라 서툴러 잘 못했던 것뿐이야."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주었다.


딱지를 잘 접게 된 둘째는 의기양양하게 학교에 갔다.


 1학년에게 수준 높은 종이접기 능력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수업시간에 잘 따라갈 정도로만 이끌어주면 충분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어느 저녁. 둘째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별은 어떻게 그려요?" 

친구들은 별을 잘 그리는데 자기만 별을 그리지 못해서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는 것도 알려줘야 하는구나.' 


생각도 못했던 질문이었다.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눈물까지 또르르 흘리는 둘째. 잘 그리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돼 속이 많이 상했던 것 같았다. 최대한 친절하게  그리는 방법을 반복하며 설명해줬다. 다행히 아이도 금방 이해했는지 곧 잘 따라 그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둘째가

"엄마, 내가 혼자 그렸어~"하며 내 얼굴에 내민 종이엔... 별이 가득했다.



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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