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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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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밉나 Jan 01. 2022

시의성 있는 조선시대 로맨스,
옷소매 붉은 끝동

 사극 맛집 MBC에서 시청률 10%를 넘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 있다. ‘우리 집’ 준호로 유명한 2PM의 준호가 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된 이번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정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드라마를 전개한다는 점과 영조, 정조의 관계뿐만이 아닌 정조의 사랑을 중점적으로 내용을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드라마로 인식되었다. 몇 년 동안 MBC 드라마의 성공이 어려웠던 이유는 너무 무거운 주제, 다크한 분위기,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내용 전개, 발전하는 시대상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캐릭터 설정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TV 앞을 떠났고, 이들을 끌어들일만한 드라마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나 또한 하루 종일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면서 너무 집중한 나머지 순식간에 10화를 다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1. 사극의 진면모를 느낄 수 있었던 배우들의 명품 연기

 다른 장르보다도 더 쉽게 망할 수 있고, 몇 배를 들여 찍어야 하는 장르가 바로 사극이다. 사극은 배경, 인물, 사건, 상황, 심지어 소품까지도 제대로 된 현실 고증이 있어야만 사극이라는 장르의 기본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를 왜곡해서도, 그렇다고 철저한 고증만 해서도 안 되는 장르가 바로 사극이다. MBC 사극이 한참 성공가도를 달리다 주춤했던 이유는 이런 고증과 드라마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사극의 말투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모든 상황과 배경, 인물의 고증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를 잘 살려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연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드라마를 보았을 때,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사극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운 눈초리를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아이돌 출신 치고’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을뿐더러, 만약 사극이라면 그 톤이 조금만 어색해도 바로 시청자들의 불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호는 정조라는 왕관의 무게를 잘 이겨냈다. 옛날 ‘이산’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했을 때 이서진 배우가 맡았던 정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준호 만의 정조를 만들어냈다. 어린듯하면서도 반듯한, 강단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조의 어떤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쉽게 알려주었다. 덕분에 ‘아이돌 치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의 모습이 아닌, 진짜 정조 이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2. 폐쇄적인 조선 시대에 등장한 주체적인 캐릭터

 두 번째로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캐릭터’ 설정 때문이었다. 그동안 MBC 드라마에서 개인적으로 불만을 가졌던 부분은 캐릭터의 주체성 부족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왕자님처럼 위기에 빠진 여자 주인공을 구해준다는 클리셰적인 설정. 그것이 현대극이든, 사극이든지 간에 언제나 MBC 드라마에서는 빠지지 않고 클리셰가 등장하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큰 MBC 드라마의 실패 요인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시대는 변하지만 그 시대를 대변하는 드라마의 캐릭터는 여전히 진부하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덕임은 궁녀지만 꿈이 있고, 사랑보다 자신이 더 소중한 캐릭터다. 마냥 당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밝힐 줄 알고 신념을 지킬 줄 아는 그런 인물로 등장한다. 덕임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을 내비치며 마냥 피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이산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마다 덕임은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해 이산을 돕는다. 남자 주인공이 위험할 때면 언제나 덕임이 지혜를 발휘해 그를 구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조선시대 유교사회에서 차별을 받았던 실제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입체적인 인물을 등장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등장이 당연하게도 긍정적으로 드라마에 작용했다. 두 인물 중 한 명만 죽을힘을 다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설정이 아니라 두 캐릭터가 동등하게 드라마를 이끌고 나갔다는 점이 ‘옷소매 붉은 끝동’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시대를 그대로 고증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 신분 간의 차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반영했다는 점, 옛날처럼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능동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하려고 했다는 점은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3.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 정조의 일생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드라마의 내용이 실제에서 착안했다는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정조를 알았던 이유는 ‘사도세자의 아들’, 혹은 ‘영조의 손자’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이었고, 영정조 시대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중요한 시기로 배워서였다. 드라마가 다루는 주된 내용은 정조와 궁녀 덕임의 사랑이야기인데, 이 사실은 교과서에서 다루 지를 않아서 쉽게 배울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에서 착안했다는 문구가 더 색다르게 와닿으면서 젊은 배우가 연기하는 정조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조선을 다스렸던 왕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20대의 청년으로 다가왔다. 

 조선시대 로맨스가 현실적인 면이 없이 그저 배우 간의 케미만으로 승부하려고 한다면 시청률이 잘 안 나올 수밖에 없는데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역사 고증을 철저하게 하면서 정조와 궁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이야깃거리를 드라마로 새롭게 각색했다는 점이 또 다른 재미 요소로 다가올 수 있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타사 드라마를 가뿐하게 제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드라마 왕국이 몰락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MBC에서 새로운 드라마의 역사가 쓰이고 있는 중이라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아직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옛날 MBC 드라마의 경우, 시작은 좋았지만 끝은 미약했던 드라마들이 몇 있었고,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도 간혹 하다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옷소매 붉은 끝동’이 마지막 화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시청자들은 정조와 덕임의 사랑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계략도 분명 그 시대를 고증하는 요소 중 하나이고,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결국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느끼고자 하는 감정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주변 인물들보다 중심인물에 더 집중해서 드라마를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옷소매 붉은 끝동’. 매주가 기다려진다는 시청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마지막까지 고공행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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