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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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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밉나 Sep 24. 2021

라디오스타의 MSG는? 라스 끝자리 톺아보기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첫 시작만 해도 다음 주에 방송이 될지 모르는 계약직 정도의 프로그램이었던 라디오스타는 어느새 수요일 밤을 책임지는 M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견고하던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무너질 때도 라디오스타만큼은 위기설에서 그칠 뿐,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대했던 것들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꼼꼼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언행, 행동,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와 성공의 갈림길에 섰던 라디오스타는 매순간 터닝포인트를 발휘했다. 그리고 이 터닝포인트는 다름 아닌 ‘MC’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마냥 웃으며 얘기할 수만은 없었던 ‘왕관’의 무게를 견딘 MC들을 차례로 만나보도록 하자. 



부담감을 이겨낸 독설의 대명사라디오스타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 규현     

 초창기, 중간중간 깐족거림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신정환이 라디오스타를 떠나게 되면서, 후임자 자리에 규현이 앉게 되었다. 김구라의 추천과 윤종신의 호응에 힘입어 등장한 규현이었지만 당시 규현의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예능MC로서 첫 발을 내딛은 것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전 MC가 라디오스타의 감칠맛 토크를 담당했던 신정환이었기에 부담은 배가 되었을 터였다.     


 아이돌, 어린 나이, 첫 예능 MC. 규현이 넘어야 할 산은 많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은 전의 라디오스타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 모든 위기를 뒤집고서 규현은 결국 아이돌계 새로운 독설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점차 진행의 감을 잡았던 규현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MC의 자질을 갖춘 완벽한 예능인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사실 규현의 역할이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를 잡았다고만 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라디오스타의 토크가 선을 넘으려고 할 때마다 적절하게 치고 빠지면서 신선하면서도 필요한, 센스있는 예능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디오스타는 올드하지 않으면서도 매주 챙겨보게 되는, 중독성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S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규현은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S보다 7년 동안 동거동락했던 규현을, 그리고 규현의 독설을 그리워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규며들게’했던 규현이야말로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이었으며 MC의 교체로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라디오스타의 터닝포인트였던 것이다.


감동부터 웃음까지라디오스타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 안영미

 규현의 뒤를 이어 고정MC가 된 안영미를 발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시청자였다. 안영미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그리고 특별MC 진행을 맡았을 때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하지 않을 개그로 웃음을 선사해줄 사람이 바로 안영미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고정MC가 되면서 지금까지 라디오스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수위의 아이콘이 탄생하게 되었다.      


 게스트 혹은 특별MC로 대체되었던 마지막 MC석이 채워지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은 라디오스타는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되었다. ‘재치있지만 무례하지는 않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 상처보단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캐릭터의 MC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디오스타의 이미지는 한결 누그러질 수 있었다. 마냥 게스트를 놀리기에만 바빴던 토크쇼에서 건강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토크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냥 건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안영미 특유의 ‘마라맛 토크’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게스트에게도 늘 재미를 선사했다. 오래 전부터 밀고 있는 ‘가슴춤’부터 김구라와 극강의 케미를 선보였던 티키타카까지. 안영미의 모습을 보고 당혹스러워하는 게스트와 MC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라디오스타만의 케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이런 안영미의 모습이 심의 규정에 걸릴 수가 있기 때문에 가리려고 고군분투하는 CG팀의 노력도 또 다른 라디오스타의 웃음포인트가 되었다. 원래부터 유명했던 CG맛집이 더욱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다.     


 라디오스타 안영미의 활약을 모아놓은 영상 댓글에는 ‘안영미가 들어오고나서 방송을 챙겨보기 시작했다’는 댓글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안영미는 라디오스타의 빠질 수 없는 터닝포인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라디오스타의 노력을 한 명의 캐릭터로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자리가 쉬운 자리가 아니에요’. 

 구MC와 현MC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던 에피소드에서 안영미가 한 말이다. 전 MC와 비교당하면서 자신의 자질을 끊임없이 시험해야했고, 어떻게 하면 더 토크를 살릴 수 있을까, 이건 이렇게 했어야 했을까 하며 쉬지 않고 고민을 거듭해야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 마디를 보면서 그 말을 나로 정의내려버리고, 프로그램에 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한 마디로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했던 자리였다.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나는 박수부터 보내드리고 싶다. 언제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웃기려고 노력하고,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라디오스타의 모든 MC들에게 멋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라디오스타의 MC변천사를 쓰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지만,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MC가 자신들의 방법으로 라디오스타에 녹아들었던 것처럼, 그리고 색다른 매력으로 라디오스타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었던 것처럼 라디오스타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함께하는 사람들 중 결코 ‘잘못된 MC’는 없다. 김구라, 김국진, 안영미, 유세윤. 다시 한번 자리를 잡은 MC들과 함께 토크쇼 예능의 미래를 생각하면서도 꾸준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라디오스타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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