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스펙?
코로나 이후 온라인 세상이 활짝 열렸다. 온라인으로 무엇을 배우고, 소통하는 문화가 익숙해졌고, 프로가 아마추어를 가르치던 강의 시장이 아마추어가 왕초보를 가르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내 강의를 판매할 수도 있고, 소규모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만남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나도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았더라면 글 쓰는 삶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산은 제2의 도시이긴 하지만 서울과 거리가 멀어서 새로운 문화가 늦게 들어오는 편이다. 주변에 글 쓰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모임도 드물어서 글 쓰는 삶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건 ‘이런 것도 세일즈가 가능한 것이었구나’였다. 스펙이 없어도 수익화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인스타 강의, 블로그 강의, 소소하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 뜨개질, 예쁜 글씨 쓰기, 요리, 독서, 정리 정돈, 미니멀 라이프, 재테크, 시간 관리 등등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이 중 육아를 통해 개발된 능력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요리, 독서, 정리정돈, 시간 관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요리를 매일 하고 있고, 현재 진행형인 16년 책 육아 덕분에 독서는 호흡과도 같은 일상이다. 정리 정돈을 아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주부 경력 17년인데 기본은 한다. 시간 관리는 워킹맘 생활을 하면서 저절로 습득되었다.
육아를 하면서 갈고닦은 많은 일들이 나에게 스펙이 된 것이다. 책 육아만 해도 16년 책 육아라고 하면 엄청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태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책 육아를 해오고 있으니 남들과의 차별성도 가지게 되었다. 중 3 딸과 책 육아를 하는 엄마는 거의 없을 테니.
온라인에서 활동하시는 강사님이나 리더님들을 보면 본인들이 잘하고 좋아하던 일을 프로젝트화 해서 수익을 창출하시는 분들이 많다. 집밥, 생활비 아끼는 법, 독서 모임, 경제공부, 운동 모임 등 잘하는 것 한 가지에서 출발해서 다양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엄마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미리 경험해본 선배맘들의 이야기는 전문가가 하는 말 보다 더 신뢰가 간다. 특히 요즘 세대는 전문가보다 인플루언서의 말을 더 신뢰하고 따르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육아를 하다 보면 내 안에 없던 능력들이 개발되기도 한다. 내가 개발한 능력들은 참을성, 부지런함, 동화구연, 학습 코칭, 실행력, 친화력, 그리고 뻔뻔함이다.
육아만큼 나의 한계를 경험하고 극복하기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훈련된 나는 세상에 나가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배짱이 생겼고, 일단 비집고 들어가는 뻔뻔함도 생겼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컴퓨터 앞에 앉은 것도 뻔뻔함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육아가 스펙이 될 수 있는 세상. 코로나가 안겨준 유일한 선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