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va Jul 28. 2021

Saatchi Gallery에서 얻은 용기

 영국 런던에 위치한 유명 갤러리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현직자들이 일하는 일상을 이틀간 함께 경험한 것이 지금의 나로 성장하는 데 큰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2016년 겨울에 촬영한 Saatchi Gallery의 입구

 2016년 겨울, 유명 컬렉터이자 거물급 미술 인사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1943~)가 운영하는 사치 갤러리에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방문했다. 당시 기획 전시 중 YBAs에 속하는 영국 작가 Martin Maloney(1960~)의 그림은 여자를 건장한 남자처럼 골격있고 무표정으로 강하게 묘사한 까닭에,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기피했고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사치 갤러리의 모든 것이 흥미로웠던 나는 비인기인 Martin의 그림을 수첩에 메모까지 해가며 감상하고 있었다. 우연히 이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본 전시 담당자(supervisor)가 의아한듯 내게 질문을 던졌다. 


Martin Maloney의 작품


"사람들은 이 작품이 괴기하다며 마주하기는 꺼려하는데, 당신은 너무나도 열심히 감상하고 있어서, 당신이 궁금해졌어요.


 그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내가 미술에 관심이 있음을 알고서는 갤러리 전체 전시를 개인적으로 설명해주다. 그리고 더욱 영광이었던 것은, 갤러리 업무에 대해 환상과 궁금함으로 가득찬 나에게 사치 갤러리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다. 다음날 오픈부터 마감까지 사치 갤러리의 직원분들과 함께 일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로만 근무하는 것을 지양해서 대부분 리셉션 및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들과 열린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 인상깊었다. 하루동안 그들이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이 자신의 일에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일함을 느꼈고, 미술품에 대한 경외심, 관람객을 대하는 애티튜드 등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살아있는 현장의 배움과 자극을 얻었다. 


 관람객들이 리셉션에 있는 나를 직원으로 바라봐주고, 내게 갤러리 및 전시 관련 질문을 해주기도 했다. 이 흥미로운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분들이 “오늘만큼은 너도 우리 팀이었다”고 말씀하셔서 더욱 감사했다. 당시에는 내가 비전공자이기에 이 길이 어렵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비전공자인 사람들도 충분히 진정성과 열정이 있다면 가능한 길이라고 계속 도전하라는 조언에 나 스스로 더욱 이 진로에 확고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2021년 무더운 여름, 지금 나는 어엿한 경력직 갤러리스트가 되었다.

직원들과 같이 하루동안 근무했던 Saatchi Gallery의 리셉션


작가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저는 갤러리스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