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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 Jun 16. 2024

갤러리스트 커리어 성장 일지 (1) 인턴

가장 좋은 시절은 바로 인턴십

2017년 여름,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술계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온갖 구직 사이트들을 살펴보며, 서울에 위치한 갤러리 및 미술관 인턴 공고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회사 규모에 관계없이 인턴직 필수 지원 자격으로 "미술 관련 학과 전공자"가 대부분 명시되어 있었다. 지원할 자격조차 되지 않는 비전공자인 나에게는 참 속상한 조건이었다. 속으로는 '내가 전공자들보다 더 열심히 임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줄거란 티끌같은 희망을 품고 (지원 자격을 무시한 채) 여러 곳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실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넘쳐나는 전공자 지원자들 중에서 인턴을 선별하는 것이 업무에 효율적이다. 전공자는 미술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보니, 업무 이해도가 빨라서 일을 시키기 수월하다. 그에 반해, 비전공자는 알파벳부터 하나씩 가르치며 일을 알려줘야하니, 이것은 업무 분담이 아닌 업무 증가로 귀결된다. 내 일도 바빠죽겠는데, 새내기에게 천천히 알려주는 게 사실 큰 에너지 소모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새내기의 눈높이에 맞게 업무를 설명해주고, 계속 옆에서 지켜보면서 수시로 피드백해줘야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두달여만에 꽤 규모있는 국내 갤러리의 전시기획팀 인턴십에 합격했다. 이 곳은 유일하게 "전공 및 학력 무관"의 열린 조건을 내세운 갤러리였다. 그래서 더욱이 내가 가진 단 하나 '진정성'으로 똘똘 뭉쳐 서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게 합격까지 잘 맞닿았다. 나를 위한 채용 공고였나 싶을 정도로, 지원 당시부터 기뻤다. 이렇게 운좋게 시작된 나의 첫 갤러리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사실은 3개월 인턴십으로 시작한 것이라서, 미술 현장을 짧게 경험한 후에 미술 관련 대학원 진학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보려했다. 하지만 미래는 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 법! 갤러리와 약속했던 근무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 1년, 몇 년이 흘러 이제는 7년이 되었다. 갤러리의 팀원으로서, 내 위치에 주어진 일들에 흠뻑 빠져있다보니, 다른 계획을 고민할 틈도 없었다. 한 갤러리에서 단계별로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 같다. 이 또한 참 운이 좋다. 돌이켜보면, 여태껏 나는 직장보다는 학교를 다니듯이 현장에서 미술계를 몸소 경험하면서 배웠다. 그래서 6년차가 되었을 당시엔, 나는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이어온 나의 커리어는 아래와 같이 총 4번의 변화를 겪었다.


인턴 → 갤러리 어시스턴트 → 어시스턴트 매니저 → 갤러리 매니저 / 전시기획팀장


동일한 갤러리에서의 직책 변화이지만, 각 직책별로 겪을 수 있는 경험과 업무는 다채롭게 다르다. 기억을 되살려가며 지난 단계들을 설명해볼까 한다.


인턴: 시키는 일만 해내면 다행, 당장 눈 앞의 상황만 볼 줄 알던

인턴십 12개월은 참으로 속 편했던 시간이었다. 당시에 우리 갤러리는 2개의 공간을 운영해서, 인턴의 주된 업무는 전시 지킴이 및 관람객 응대였다. 작가님과의 소통, 전시 기획, 작품 판매 등 핵심적인 업무는 거의 인지하지 못했고, 큰 틀에서 갤러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정도였다. 말 그대로, 갤러리 리셉션 자리를 지킬뿐,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인턴으로서 하는 업무가 워낙 간단하고 작은 일이다보니, 종종 '일 잘하고 싶은' 의욕이 앞서서 상사의 컨펌없이 내 선에서 일을 해버렸던 적도 있었다. 자잘한 실수들을 여럿 겪으면서, 각 상황에 따라 '내 위치(인턴)'에서 어떻게 일해야하는지를 하나씩 배워나갔다.


갤러리 인턴십 100% 즐기기: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내 위치에서 보람찾기

팀을 위해 인턴으로서 어떤 일을 보조하고 챙겨야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턴이 전시 기획을 한다거나, VIP 고객에게 작품 세일즈를 한다거나, 작가와 작품가 논의를 하는 등 대단한 일은 할 수 없지만, 그에 수반되는 작은 일을 보조하면서 보람을 찾아야한다. 예를 들어, 인턴이 해외 아트페어에서 현지 고객에게 작가 'A'를 소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제작을 해준다면, 상사는 그 포트폴리오를 활용해서 고객에게 작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작품 판매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좀 더 욕심있는 인턴이라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면, 작가의 작품 세계가 일목요연하게 보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덧붙여 더욱 풍성한 자료(글, 이미지 등)를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리셉션에서 인턴만이 할 수 있는 빛나는 일도 있다. 바로 갤러리에 첫 발을 딛는 관람객을 향한 밝은 인사(혹은 눈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리셉션은 갤러리의 첫인상으로 직결되기에, 리셉션에 항상 앉아있는 인턴의 중요한 면모 중 하나다. 이렇게 중요한 얼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리셉션에서의 인턴 시간이 전혀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모쪼록 인턴이 해야할 일들은 대부분 주기별로 반복되는 업무이니, 꼼꼼함과 성실함만 있다면 '보탬이 되는 인턴'이 될 수 있다. 이 마인드를 탑재하여 인턴십 서류 및 인터뷰를 본다면, 실무자들이 눈빛이 하트로 바뀔 확률이 높다.

전시 철수 직후, 갤러리 벽면을 다시 깨끗하게 복구하는 터치업(Touch-up) 작업


Welcome to the real world: 화려한 환상을 깨고 현실을 마주하기

특히 운 좋은 인턴십을 보낸 나는 근무 중에 공부하는 시간도 즐길 정도로 여유로웠다. 우리 갤러리에는 나의 입사 당시부터 좋은 사내 문화가 생겼다. 인턴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인턴 세미나'가 인턴십 기간동안 매주 1회씩 팀장님의 진행 하에 자체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갤러리에서 중요한 시간을 보내는 인턴들이 앞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갖고, 갤러리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나아가 인턴십을 통해 잘 성장한 인재는 갤러리에서 추후 정직원 계약을 통해 계속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도 추구하고 있다. 타 경력직보다, 우리 갤러리에서 성장한 인턴이 갤러리의 미션과 내부 사정에 이해도가 높다보니 업무 퍼포먼스도 더욱 좋은 편이다. 여러모로 인턴 세미나는 투자 대비 고효율을 갖는 프로그램이라서, 현재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는 문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업계에 대한 경험이 없던 인턴들이 갤러리 업무 이해를 하는 데 매우 수월함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사실 인턴에게 허드렛일(철물점 심부름, 갤러리 벽면 복구, 페인트칠, 청소, 작품 포장, 단순 서류 업무 등)을 부탁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갤러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부당하다'고 느끼기 쉽고, '대학까지 졸업해서 이런 일을 해야하나'라고 현타가 올 수 있다. 미디어에서 다뤄진 갤러리의 화려한 부분만 보고 입사한 인턴들이 이 상황을 잘 이해하긴 어렵다. 삐까뻔쩍한 화이트 큐브에서 한껏 드레스업한 갤러리스트가 VIP 고객들과 작품 앞에서 얘기하는 것만 상상하고 왔다간, 절대 갤러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없을거다. 인턴 세미나는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현장 내용을 교육하면서, 그들이 시행착오를 덜 겪고, 보다 지름길로 안내해주는 데 톡톡한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나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힘든 갤러리 업무 환경에서 버티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작은 일이라도 그건 결국 큰 일이 굴러가기 위한 하나의 스텝임을 이해하면, 인턴 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는 좋은 밑거름이 된 시간들로 추억될테다.

갤러리 리셉션에서 근무하던 인턴 시절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공부,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기

인턴 세미나의 커리큘럼은 매번 인턴들의 특성, 인턴십 기간, 수요 등에 따라 정해지나, 매번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내용 및 도서를 공유해본다. 갤러리 업무를 개괄하고 싶은 예비 갤러리스트라면, 아래를 참고해보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Tip: 갤러리스트 업무 이해에 도움을 주는 도서 및 학습 방법

도서『큐레이터』를 통해 미술계 전반에서 통용되는 실무를 개괄한 후, 상업 갤러리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으로 나아갑니다. 한 작품이 작가에서 개인/기관으로 판매(유통)되는 첫 단계인 ‘1차 미술시장'의 핵심인 갤러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무(작가 관리, 전시, 판매, 홍보, 아트페어 등)와 케이스 스터디(갤러리, 갤러리스트)를 통해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는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현대미술관, 재단, 국제 전시를 짚어보면서, 현재 미술계 속 큰 관계망을 어렴풋이 그려봅니다.


추천 도서 1: 에이드리언 조지,『큐레이터』, 안그라픽스, 2016

해당 도서는 갤러리스트의 업무와 많은 교집합이 있는 '큐레이터'의 직업 이해도를 도와줍니다. 매우 세세하게 실무가 소개되어있어서, 큰 흐름 혹은 인덱스(항목)만 이해해도 갤러리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추후 전시 기획(큐레이팅)은 하지 않고 세일즈, PR 등 갤러리에서 타 업무만 담당할지라도, 갤러리스트는 미술계에 속한 일원으로서,  미술계에서 핵심인 '전시 및 큐레이팅'에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주요 키워드만 이해해도, 갤러리에서 전시/페어/홍보 등 모든 업무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체득할 수 있습니다.


추천 도서 2: 한국화랑협회,『화랑 운영 및 미술품 유통 가이드북』, 2019

『큐레이터』를 완독한 후, 갤러리에 특화된 실질적인 내용이 담긴 이 도서를 쭉 읽어보거나, 또는 실제 갤러리 업무를 하면서 모르는 점이 있을 때마다 궁금한 부분만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국내 갤러리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한국화랑협회에서 발간한 도서로, 국내에서 갤러리를 운영 혹은 업무하면서 '매뉴얼'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19년도에 발행된 책자인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매년 혹은 매 상황의 특수성에 따라 변화되겠지만, 큰 틀에서 이해하기엔 도움이 됩니다. 『큐레이터』에서는 아트페어에 대한 실무가 간략히만 소개되는데, 해당 도서에서는 꽤 자세하게 소개되어서, 아트페어 실무가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추천 도서 3: 김영애,『예술의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갤러리스트』, 마로니에북스, 2018

책 제목이 정말 매력적인데요. 찐 갤러리스트는 잠재력있는 작가를 발굴 및 프로모션해서 그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자신이 믿는 그의 높은 가치를 세상에 설득시키기 위해 미술계 전반에서 백방 뛰어다니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지금 미술관에서, 혹은 현대미술사 책에서 만나는 유명 작가들은 과연 작품 그 자체로 훌륭해서, 대단한 작가가 된 것일까요?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이 이 책에 담긴 갤러리스트들의 이야기에 담겨있습니다. 갤러리 전반 소개, 오너의 비전, 전속 작가 리스트 및 특징, 갤러리 프로그램, 해당 갤러리가 속한 아트씬 등이 이야기 형식으로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발행된 도서임을 감안하여, 전반 내용은 참고하되 현재에 맞게끔 직접 리서치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면 좋습니다.


추천 도서 4: 박파랑, 『큐레이터와 딜러를 위한 멘토링』, 아트북스, 2012

후배가 정말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생 선배로서의 진솔한 조언으로 가득한 도서입니다. 큐레이터 또는 갤러리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데, 미술계에 선배 혹은 지인이 없어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어떤 커리어를 계획해야할지' 등 준비 단계부터 막막한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뼈 때리는 조언을 읽다보면, 현재의 내가 과연 어떤 노력 혹은 결정을 해야할지 조금은 갈피가 잡힐거에요.


수시로 리서치: 주요 현대미술관/전시/대형 국제 전시(비엔날레 등)

갤러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대미술을 다루는 곳인만큼,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비롯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현대미술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관, 전시 등에 대해 이름이라도 잘 알고 있어야하고, 나아가 각 특징까지 이해하고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매번 검색해 정리하기가 쉽지 않으니, 관심있거나 영향력있다고 판단되는 기관의 SNS 팔로우/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함으로써, 그들의 프로그램을 수시로 확인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미술 전문 잡지(국내: 월간미술, 아트인컬처 등 / 해외: ArtAsiaPacific, Frieze, Artforum 등)와 국내외 미술 웹진을 통해, 지금의 미술계를 빠르게 접하는 것도 좋습니다.


- 세계적으로 현대미술계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현대미술관, (기업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비영리 재단, 국제 전시

- 미술관 및 재단의 경우, 해당 기관의 비전에 따른 소장품 특징에 대해서도 조사

- 미주, 아시아 주요 현대미술관 및 재단
eg: MoMa, LACMA, Getty Museum, Guggenhei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New Museum, M+, Para-site, K11, 리움미술관 등

- 유럽 주요 현대미술관 및 재단
eg: Tate, Centre Pompidou, Palais de Tokyo, Stedelijk Museum, Fondation Beyeler, Hermes Foundation, Foundation Louis Vuitton 등

- 대형 국제 전시: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등

eg: 베니스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광주 비엔날레 등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Pinault Collection, 이 미술관은 프랑스 기업가이자 영향력있는 컬렉터 François Pinault의 피노 재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작가 William Kentridge의 개인전이 진행되었던 영국 런던에 위치한 Royal Academy of Arts (2022년 10월)


이제 시작하는 분들께: Good Luck!

경력이 적거나 없을수록, 본인이 소속된 팀 내부에 배울 점 많은 좋은 상사가 있거나 좋은 팀워크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유아기에 평생 유지될 성격과 가치관 등 후천적인 요소들이 형성되는 것처럼, 커리어의 첫 단계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들과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갤러리는 일반 기업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조직인만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된다. 갤러리는 작가와 손님 간의 위치한 매개 역할이다보니, 더욱이 사람간의 소통으로 이뤄지는 결정이 많다.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도, 감정적인 부분에 의해 오래 걸리거나 어그러지기 쉽다. 그래서 바깥에서 보여지는 갤러리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주변 선배 및 지인들에게 갤러리의 평판을 물어보거나 혹은 (지인이 없다면) 면접에서 만나는 실무 담당자 혹은 대표와 짧게 나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갤러리의 내부 분위기 및 문화를 경험해서 스스로 판단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면접에서 나를 지원자로서 감사히 생각해주고 존중하는지(이는 추후 내가 일하게 되었을 때 회사가 나를 대하는 태도로 직결된다), 그리고 나도 갤러리를 면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와 잘맞는 성향의 갤러리를 찾아봐야 한다. 팀워크뿐만 아니라, 그 갤러리가 어떤 미션을 갖고 운영되고 있는지, 전속 작가 및 전시들을 통해 갤러리와 나의 미감이 비슷한지 파악하는 등 여러 면모를 살펴보고 입사한다면,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나는 운이 좋았기에, 지금까지 한 갤러리에서 쭉 단계별로 커왔지만, 갤러리스트를 꿈꾸는 분들에겐 꼭 당부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단순히 취직을 위해서 무지성으로 아무 갤러리 혹은 미술관에 지원하지말고, 나에게 도움이 되고 &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지원해보길 추천한다. 커리어를 장기간 건강하게 키워가기 위해선, 시작이 참 중요하다.


나는 그동안 10여명의 인턴을 만났다. 인턴을 맞이할때면, 그대들은 책임질 일이 하나도 없으니, 인턴십을 맘껏 즐기라고 늘 말해준다. 속 편하게 일할 그들이 내심 부럽기도 하다. 인턴의 실수는 그 누구도 탓하지않고 내가 혹은 대표님이 책임지면 되니 걱정말고, 우리 갤러리가 돌아가는 생리는 체득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이제 막 공부를 마치고, 상업 갤러리 혹은 미술관에서의 인턴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텐데, 설렘 가득안고 맘껏 배우는 시간을 즐겨보길 응원한다. 그 곳에서 운이 좋길 바라며! Good Luck!


1년간 인턴이라는 수련 기간을 마치고, 갤러리 어시스턴트 → 어시스턴트 매니저 → 갤러리 매니저(전시기획팀장)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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