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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결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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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결혼생활의 비법

#Day. 1 - 변수에 지지 않기 위한 작은 투쟁

애초에 나는 변수에 취약한 사람이다.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의 일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허나, 동시에 짜릿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도 강하다. #ENFP 의 숙명이랄까..)


그런 내가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햇살이 좋았던 어느 겨울날, 결혼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무려 내 이 두 발로 펄쩍 뛰어든 것이다. 남편과는 햇수로 7년 연애 후 결혼했는데, 함께한 6년의 연애기간 동안 나는 늘 변수에 지며 살아왔다. 


아, 여기서 말하는 변수란 드라마 [멜로가 체칠]을 보며 내가 꽂힌 단어이다. 극 중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갈등하는 장면에서 여주였던 천우희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변수에 지지 말자. 저 놈은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은 놈이다!' 

여주인공의 말로 시작되는 마인드 변화와 함께, 둘의 갈등은 아름다운 화해와 조율의 길로 들어선다. 


나에게는 그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내가 변수에 매우 취약한 인간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연애 시절에도 나는 꽤 자주 불안해하고, 의심하고, 마음의 문을 멋대로 닫기 일쑤였다. 그런 내 곁을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지켜내 주던 이가 지금의 나의 남편이다. (아, '묵묵히'라는 표현은 안 맞을 수 있겠다. 때로는 아주 적나라한 팩폭으로 나의 의심과 불안이 퍼뜩 정신을 차리도록 혼꾸녕스러운 말들을 잘~도 했으니!)


아무튼 그리하여, 나는 나를 잘 알기에. 나의 결혼생활 역시 작은 변수에도 내가 얼마나 취약해지고 나약해질지 또한 안다. 그러나 내게 결혼은,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내가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확신의 촛불을 켜며 간절히 시작한 것. 이곳에 만큼은 인생의 불청객이라 부르고픈 그들을 초대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결혼일기]라는 명목 하에, 오늘부터 글을 써보려 한다.  이 글쓰기는 내게 있어 일종의 '나홀로 투쟁'이다.  


1. 30대에 접어드는 내 인생 2막에 삶의 질 향상과, 단단한 정신건강을 위한 투쟁이며,

2. 결혼기간이 오래될수록 남편과 아내 이야기만 나오면 진저리 치는 세상의 많은 이들, 또 변수에 지도록 설계된 인간의 본성과 야속한 시간을 향한 투쟁.


매일 변수가 곳곳에서 터질 삶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안함과 안녕을 추구하기 위해 나는 이 공간에 종종, 되도록 자주 남편과 나의 결혼 생활의 장점에 대해 작성해 보려 한다. 행복한 순간을 기록해 언젠가 변수가 나를 휘감을 때, 그래서 내가 바닥에 떨어진 바싹 마른 나뭇잎처럼 마냥 이리저리 흔들리고 휩쓸릴 때, 찬찬히 꺼내 읽으며 변수를 이겨보려 한다. 


함께 오랜 시간을 견뎌보겠단 12월의 약속을 기리며, 

언젠가 이 글들이 모여 내가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안정제들이 되어주길.  



[결혼일기]

; '분명 사랑해서 한 결혼인데! 어느새 사랑은 뒤로 가고 삶만 남아 팍팍해지기 쉬운 결혼생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사랑과 감사도 기억할 수 있기를.

이곳에서만은 삶보다 사랑을 먼저 생각하기를.

그 사랑이 퍼져 세상 많은 이들의 결혼생활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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