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가면 뭐 하니
한 번 꽂히면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나는 늘 직진만 해왔다. ‘예스'를 외친 후에는 내 선택에 뒤돌아보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처음 건축과를 가겠다는 마음이 든 뒤 다른 과는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졸업 후에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은 열망에 큰 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고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렇게 큰 회사에 들어가 3년째에 접어드니, 이젠 갑자기 공부를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0을 앞두고 마지막 도전을 핑계 삼아 딱 지금 도전하면 좋겠다는 다짐이 순식간에 섰다.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 오늘, 나는 뉴욕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학비는 비싸지만 뉴욕 소재의 대학에 입학하였고, 운이 좋게 회사에서는 휴직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코로나 시국을 걱정했지만 뉴욕은 이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공항에 홀로 서니 정작 내가 준비가 덜 된 것 같은 불안함에 휩싸였다. 내가 얻으려고 하는 것이 확실한가. 확실하다면 얻어올 수 있을까. 삼년 동안 벌어온 돈을 다 쓰고 빈털털이로 온다 해도 후회가 없을까. 타지 생활의 고생과 외로움을 견딜 만큼 절실했나. 그냥 반복되는 회사생활에서 도망가고 싶은 건 아니었나.
하지만 시간을 일 년 전으로 돌이킨다 해도 나는 유학 생각이 든 이상 어떻게든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출발하는 나에게 무의미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도피라면 신나게 즐겨보고, 도전이면 파이팅 넘치게 해 보면 되는 거지. 굳이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쓸데없이 과한 나의 습관이다) 한 번뿐인 기회를고민과 걱정으로 낭비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2021. 7. 21 처음 뉴욕에 온 날의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