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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컨닝 시대

by 마님의 남편

깊어 가는 가을 아침,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매우 무거운 기사 한 편을 접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정행위 의혹, 그것도 첨단 기술의 상징인 생성형 AI를 이용한 커닝 정황이 대거 포착되었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 대표 지성의 요람이라 불리는 한 명문 대학교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깊은 씁쓸함과 조심스러운 염려를 안겨준다.



AI가 무너뜨린 대한민국 지성의 울타리


금일 기사의 내용은 '연세대학교 3학년 대상 강의에서 수강생 약 600명 중 최대 190명(학생 커뮤니티 투표 기준)이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더 충격적인 점은 부정행위자들의 상당수가 '자연어처리(NLP)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웹캠의 각도를 교묘하게 조정하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방식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감시망을 피했다'는 내용이다.(기사 참조 : 조선비즈-이경탁 기자 2025. 11. 09)


우선 내가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학생들의 부정 행위를 떠나서, 더 큰 '씁쓸함'이 먼저 느껴졌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곳을 넘어, 지성인으로서의 윤리관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이라는 학문적 양심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학생들이 AI를 치트키처럼 사용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성 교육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세대 학생들의 인터뷰의 배경에는 '나만 AI를 안 쓰면 학점을 따기 어렵다'는 자기 불안감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잘못된 경쟁심리에서 나타나는 몇몇 학생의 일탈이 아니다. AI시대에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이 붕괴하고 있는 대학가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지식을 생산하고 검증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지성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이번 연세대에서 발생한 AI활용 대규모 부정행위 사건은 '학생들의 도덕적 일탈'로 벌어진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솔직히 이러한 문제가 연세대 한 곳만의 문제 아닌 것은 이미 다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사건이 대학 교육 자체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비록 교육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은 TF를 신속히 구축하여 한국 교육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AI 부정행위 사태가 위기로 보이지만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학측은 차세대를 교육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바른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1.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의 학습 환경으로 전환

지금까지의 시험은 ‘정답’만을 평가했다. 그러나 AI가 즉시 답을 생성하는 시대에는 이런 방식은 의미가 없다. 대학은 사고의 흐름, 분석의 깊이, 창의적 접근 과정을 평가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포트폴리오, 단계별 초안 제출, 동료 평가 같은 과정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학생이 어떤 자료를 선택했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사고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문서화하게 하고 이를 성적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사고의 증거를 대신하지 못한다.


2. AI로 대처하기 어려운' 학습 현장 역량'을 집중 평가

비대면 상태의 과제는 대부분 AI로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학생들의 학습 이해도 확인을 위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대면 구술시험, 즉석 발표, 실시간 토론은 학생의 이해도와 사고력을 정확히 드러내는 방식의 활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평가가 확대될수록 학생들의 AI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3.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자

사실상 이제 AI를 막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시대 흐름 상 AI를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 자체가 미래의 핵심 역량이다. 따라서 대학은 AI 허용 과제와 금지 과제를 명확히 구분하고, 허용 과제는 학생이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했고, 어떻게 수정·발전시켰는지까지 제출하도록 해 학문적 정직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4. 정직성 문화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기술적 감시만으로는 학생들의 모든 부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 대학 공동체 전체가 정직성 문화를 공유해야 한다. 신입생부터 졸업까지 윤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I 사용은 허용하되, 사용 사실을 숨기거나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면 부정행위이다'라는 원칙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의 양심과 도덕성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과목 0점 처리를 넘어 학교 재적 같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5. 교수의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이제 교수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촉진자이자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 대형 강의에서 수백 명을 한 번에 온라인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가능한 한 세미나형 수업을 확대하고,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을 강화해 깊이 있는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 학기 당 수백만 원 이상의 비싼 수업료를 내는 소비자다. 그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 수 백명의 학생들에게 온라인 교육을 시킬 거라면 대학교는 앞으로 비싼 수업료를 받으면 안 된다. 다만, 이건 온라인 교육이 양질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수업료에 걸맞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다.


이제 글을 맺는다.

교육 당국과 교수님들에게 커피챗이 필요하다.




커피챗이 필요할때, 빈식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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