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디자이너이기도 한 그
윌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 어렸을 때 읽었던 여러 가지 위인전기들 외에 누군가의 전기 한 권을 읽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일론 머스크가 그간 살아왔던 일생과 사업적인 비전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를 상세하게 엿볼 수 있다. 밀리의 서재로 틈틈이 읽고 있는 중이다. 양이 꽤나 방대하여 여태까지 70% 정도 읽었지만, 잊기 전에 이 책과 일론 머스크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 독후감을 미리 쓰고 싶었다.
일론 머스크는 뛰어난 디자이너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그가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칭하거나, 디자인 이론에 입각하여 문제를 풀고자 하지는 않았다고 추측하지만 그의 뛰어난 문제인식 능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결과를 이루어내기까지 겪었던 과정들을 살펴보면 디자이너로서 배워야 할 점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그는 공학적인 수치를 세부적인 단위까지 파악하는 것까지 매우 중요시하고 뛰어난 공학적 지식을 보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선 통찰력을 관철시켰다. 테슬라 차량의 문 손잡이가 그 예시인데, 애플의 첫 아이맥 모델의 손잡이가 상호작용 측면의 레퍼런스였다. 사람과 제품 간의 상호작용 경험에 초점을 둔 이 디자인을 머스크는 엔지니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철시켰다. 그가 흔들림 없이 디자인 요소를 강조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그의 뛰어난 공학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과 이를 토대로 한 직관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나의 정신을 단단하게 무장시킨다. 일론은 사람을 채용할 때 당사자의 화려한 스펙과 이력 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 문제를 해결해 내는 능력을 매우 중요시하게 여겼다. 직원들은 불철주야 업무에 매진해야 했으며 일론은 늘 그의 회사에 광적인 긴박감을 유지시켰다. 때로는 업무의 목적성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벌금을 내야 하더라도, 사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도 직원들은 항상 일론의 비전에 정렬되어 어떤 가치가 회사에 더 중요하고 일론이 실행을 하고자 하는 바에 도움이 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해야 했다. 일론 또한 부를 누리거나 개인의 여가는 대부분 포기한 채 인류가 잠깐 나태해져 있는 화성에 도달하는 임무를 본인의 수명 안에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고 누구보다 업무에 매진해 있었다.
세계 최고 부자인 한 명이 추구하는 열렬한 삶의 방식을 읽어내리 자면 개인의 감정과 여유에 빠져있는 내 모습을 더욱 반성하게 된다. 그가 직면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나의 판단과 사고, 삶의 태도에 분명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읽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이 보다 더 단단해져 있는 게 느껴질 정도로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일론의 생애와 에너지는 강력했다. 내 마음이 나약해질 때면 이 책을 펼쳐서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강한 질책이 되어 지탱해 주는 것이 느껴지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책은 아니다. 일론은 자신이 실행시키고자 했던 비전이 명확했으며 업무적인 사고방식이 매우 강력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인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사적인 인간적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다. 이러한 그의 가치관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도 적용하려는 사람이면 배울 게 많은 책이지만, 인생의 다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일론의 가치관이 자신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일론의 비인간적이고 극단적이기도 항 면모에 치를 떨 수도 있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만큼, 일론의 문제해결력과 희생력에 경탄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르 코르뷔지에나 마샬 뒤생처럼 인류의 사고방식을 한 단계 더 정진하는 인식과 개념을 정의하고 작품과 이론에 적용하고 싶다. 이를 통해 마셜 맥루한과 같이, 기술에 인류에 미치는 무의식적인 문제점을 정의하고 거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 인류가 기술을 활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바람직한 방식을 찾고 향유할 수 있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론을 본받아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