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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보우 Jul 21. 2021

[RboW Artist.]'선'의 작가,아그네스 마틴

RboW Culture : 아그네스 마틴 Agnes Martin




단순한 색으로 멀겋게 칠해진 캔버스가 보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일정한 간격으로 희미하게 남겨진 격자무늬가 보이고,

더 가까이 가면 각 선마다 호흡을 따라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며 선과 선 사이 작가의 깊은 사색의 공간이 느껴집니다.





수평선, 그리드, 파스텔톤의 색면 그리고 선과 은둔자로 알려진 작가,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입니다.





1912년 캐나다 출생인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은 20대에 미국 뉴욕으로 이민 후 10여년 동안 미술 교사 생활을 하다가 순수 미술에 대한 열의를 느끼고 뉴멕시코로 이주하여 다시 10여 년 그림에 전념합니다. 

작업을 지속하던 중 1957년 그녀를 알아본 유명 아트 딜러 베티 파슨스의 강력한 권장으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가난한 젊은 화가들이 거주하는 예술가촌인 뉴욕 코엔티스 슬립에 이주하여 로버트 인디애나, 엘스웨즈 켈리,애드 라인하르트, 잭 영거맨 등과 어울리며 추상표현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50-60년대 남성이 주류를 이루던 추상 미술계에서도 핵심 인물로 평가받게 되죠. 




이후 3년 만인 1960년, 그녀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격자무늬 추상화를 선보였고,점차 작품 크기 키우고 색채와 격자무늬에 미묘한 변화를 주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내가 처음 격자무늬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나무의 순수성에 대해 생각하면서였다. 나무를 보면서 격자무늬가 생각났고, 그것이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격하거나 자유분방한 붓 터치 등이 일반적 특징인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와 구분되는 차분하고 정제된 작품 스타일로 1966년 구겐하임 뮤지엄의 <'Systemic' Painting> 전에서는 미니멀리스트 계열의 대표주자로 소개되었고 현재도 많은 평론가들이 마틴을 미니멀리즘 작가로 언급하지만, 마틴 스스로는 작가의 정신적 사유를 반영하는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표현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동양 사상, 특히 '선(zen)'사상에 깊은 감동을 받은 마틴은 주변 사람들도 그녀를 동양에서 온 수행자로 표현할 정도로 깊은 사색이 있는 삶을 영위하였습니다. '선' 정신으로 지극히 절제된 삶을 추구하며 초월적인 마음의 눈을 통해 세상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캔버스에 담으려 하였죠. 그녀에게 예술은 또 하나의 수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뉴욕의 주요 미술관 전시에 참여하며 전성기를 맞이하던 중,

1967년 마틴은 뉴욕과 회화를 떠나 18개월간 캐나다를 떠돌며 여행한 후 뉴멕시코의 인적 드문 곳으로 떠납니다.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인적이 거의 없는 곳에 집을 짓고 약 6년 정도는 아예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 해, 추상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마틴의 예술적 동반자였던 애드 라인하르트가 세상을 떠났고, 마틴에게도 정신분열증 증세가 나타났기에 그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그 후 7년 만에 격자무늬와 평행선으로 구성한 30점의 실크스크린 'On a Clear Day'를 출간하였으며

이듬해부터 회화로 복귀, 최소한의 왕래만 하며 홀로 40여 년 그림을 그립니다. 말미에 학자와 비평가들의 방문객을 조금씩 받았지만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순수한 감정들을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왜 미술작품에 대해선 장황한 설명을 요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냥 바다를 보듯 하라"라고 말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기반한 분석, 해석 등을 자제하길 바라며 감성이라는 직접적인 마음의 경험으로 작품과 교감하길 원했습니다.


그녀는 순수함을 보존하기 위해 이성적 아그네스 마틴을 포기했다고도 말했는데,

명상을 통해 오롯한 자신의 내면을 대함으로써 무한한 정신성을 일깨웠고 그로 인해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화폭에서 우리는 숭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신적 영감이 위대한 작품을 창조한다. 아름다움, 순수, 행복에 대한 인식이 없이는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다."


마틴은 100여 차례의 전기쇼크치료법을 받을 만큼 정신분열증으로 내면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그녀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와 그녀의 예술세계의 관계성에 대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아마 그녀는 깊은 사색의 과정을 통한 예술로써 혼돈을 극복하고, 반대로 예술로부터 안정감을 얻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분리된 소리를 토해내기보다 끝없는 내면의 탐구를 통해 그들을 합일시키며 아주 조용한 호흡으로 천천히, 그리고 치열하게 캔버스 위에 담으며 순수를 느꼈던 것 아닐까요.



Agnes Martin (1912 - 2004)







참고 : 

-매일경제 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미니멀리즘 화가 아그네스 마틴 - 불교 '선'사상 심취, 단순 심오한 추상화

-현대불교 선과 현대미술- 아그네스 마틴 (윤양호 원광대 교수)

-오직 마음뿐! 마음만을 그렸던 여류화가 아그네스 마틴 (컬럼비아 대학 아동미술 박사과정 홍성미)

-Agnes Martin / Dia Art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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