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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민준 Sep 26. 2021

감정의 휴일

잡다한 감정을 정리해 미련 없이 휴지통에 버린다

하루, 한 달, 한 해를 보내며 버리지 못한 감정이 쌓인다. 감정을 비워도 파도처럼 밀려드는 또 다른 감정은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감정을 비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감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인과관계에서 오는 감정이 버거울 때가 있다. 우리는 인과관계를 맺으며 상처 주고, 상처받고, 후회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상한 음식은 쉽게 버리면서 상한 마음은 왜 끌어안고 살아갈까! 나도 상한 마음을 버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다. 

  

어느 날, 상한 마음을 툭툭 털어 버리고 좋은 생각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쉼표를 찍고 싶은 날 마음의 휴일은 나를 위한 일이다. 살다가 보면 마음의 안식을 위한 휴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충전하고 웃을 수 있을 때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일상에서 가끔은 타인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감정의 휴일’이란 문구를 걸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책을 오래도록 읽어 보고 싶다. 나의 마음에 휴일이 있다면 잠시라도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무게를 내려놓고 싶다. 우리는 육체의 휴식도 필요하지만, 정신적인 휴식도 필요하다. 정신적 휴식을 위해선 일정한 나마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인간관계에서 주고받은 상처를 치유하기가 불편해 진다. 서로 주고받은 말의 오해와 억울함은 마음 깊이 상처로 자리 잡는다. 나만의 공간에서 감정을 위한 휴일을 즐겼으면 좋으나 꼭 사색의 공간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다른 장소, 시간에 상관없이 잠시 지하철이나 자가용에서 명상으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 

  

가족과 함께 일상을 지내는 공간으로는 집이 있지만, 나만의 안식처가 없어 항상 아쉬웠다. 평상시 혼자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꿈꾸었다. 나만의 안식처를 갖고 싶었던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더는 미루지 않기로 했다. 

  

오래도록 온기가 없던 옥상을 캠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평상시 꿈꾸던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넘치는 감정을 정리하고 나를 만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밥만 뜸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뜸 들지 않은 쌀은 윤기도 없고 맛도 없다. 쌀을 뜸 들이면 밥알이 숙성하여 맛있는 밥이 되듯 감정도 뜸 들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인생에서 감정을 뜸 들이는 시간은 마음을 윤기 나게 하고 삶을 살찌운다.

  

나만의 공간에서 무심하게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도 좋다. 쌓였던 잡다한 감정을 정리해 미련 없이 휴지통에 버린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눈·비 내리는 풍경은 나의 감정을 사색(思索)으로 스며들게 한다. 가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나의 활력 충전소다. 이따금 혼자만의 공간에서 충전한 나의 일상은 불편한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힘이 생긴다. 도시의 삶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행복하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가족과 타인에게 사랑한다고 수고했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홀대하며 살아왔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공간에서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나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에서 나를 가꾸는 힘이 생겨 세상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꽃 속에 꽃이 보이고 길 속에 길이 보인다. 사랑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아픈 사랑도 눈에 들어온다. 일상에서 스쳐 지났던 산과 마을이 눈부시다. 새소리가 선명하고 보잘것없던 작은 풀꽃들이 이쁘다. 

  

화단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돌이 내게 말한다. ‘이 세상 모두가 외면해도 세찬 바람과 비를 맞으며 나는 더욱 강해진다고···.’ 오늘은 내가 아닌 감정의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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