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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Jul 31. 2024

[격정 세계] 찬쉐 1.

429페이지까지 읽었다.

직관적으로 문학적 서사는 개인의 실제 삶과는 분리된 듯 보인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문학은 실제와 관계 맺는다. 이렇게 실제 삶은 문학의 영역에서 얻어지는 자극을 통해 변형될 수 있다. [격정 세계]는 문학이 실제 삶에 미치는 자극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특정 표현 문구와 서사의 요약을 인용하며 직접적으로 문학을 일상에 끼워 넣기도 하지만, 독서 체험을 통해 우린 작품의 정수를 부지불식 간에 실제에 담으려 노력한다.

‘책 좀 읽어라!’라는 표현은 언어(문학)의 세계를 통하여 실제 세계에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넌 소설(영화 – 영화 역시 서사다)을 너무 많이 봤어!’, 언뜻 이 표현은 독서 체험을 실제와 분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 소설적 허구성의 강조는 실제에서 언어로 구성된 서사적 세계를 분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 동시에 그 밀접한 영향관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문학의 긍정적 영향에만 집중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격정 세계]를 펼친 지평은 정당하다. 

[격정 세계]는 매우 관념적이고 이상적이다. 문학과 실제 삶의 거리는 거의 없다. 마치 얇고 투명한 막만이 그 둘 사이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 속 세상은 [신곡]의 ‘천국’처럼 고뇌와 번민은 사라지고 밝은 빛으로만 채워진 눈부신 세상처럼 보인다. 작가는 눈부셔 도저히 볼 수 없는 문학의 천국을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작가의 천국은 등장인물들이 만든 ‘북클럽’을 통해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격정’은 문학이 뿜어내는 빛으로, 실제 삶의 세계를 긍정하고, 건강한 개인을 만드는 힘이다. (작가는 [신곡]에 빗대어 문학의 천국을 만들고자 했다고 마음을 다독여 보자. 나 자신에 최면을 걸자! 반듯한 등장인물들의 관점과 문학의 빛 세례에 욕지기가 치밀지만, 끝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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