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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준맘 Jan 21. 2022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2004년 나의 그녀들에게

같은 과 같은 학번으로 얼굴아는 사이. 마주치면 인사는 했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는,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누가 알았을까? 우리가 낯선 중국 땅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한솥밥을 먹는 인연이 될 줄을.


룸메이트 A 작고 여린 몸을 가졌지만 매사에 강단이 있었다. 학교 방송국 아나운서를 하면서 다져진 옹골진 목소리와 어조에신뢰가 느껴졌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알았. 난한 둘이 만나 적당히 서로를 배려했고 이해했다. 뭐 가끔 꽁-한 날도 있었지만 잠시였다.


B 과 사람들 모두 아는 인싸 중에 인싸. 과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었고 늘씬한 외모부터 중국어 실력까지 그녀를 흠모하는 남학우들이 많았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화끈한 성격 충분히 매력이었다.


C 우리 중 가장 여성스러운 친구였는데,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말투에 얼굴에 늘 미소를 고 있었다. 웃을 때 초승달이 되는 눈은 누구에게나 살가운 인상을 남겼다.


D 가장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언니 같은 존재였다. 말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친구. 수시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나를 비롯한 기분의 중심을 잡아주는 친구랄까?

     

그 시절의 우리는 당당거나 무모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30명 남짓, 일본인 러시아인 친구 둘을 제외 모두 한국인이었다.

'여기서 우리 학교가 제일 좋아. 우리가 제일 잘해.'

지금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생각 스물둘 소녀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리고 우리를 더 똘똘 뭉치게 했. 

사실  이유로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었는지 모.

     

평온한 듯 소란스러운 나날이었다.


기숙사 방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도마뱀이 출몰했는데, 한 번은 덮고 있던 이불에서 도마뱀이 튀어나와 기절할 뻔했다.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할 때는 학교 옆 시장을 주로 이용했는데, 문을 나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비위가 약한 친구는 그 문을 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학교 남학생들이 먹으라고 준 김치 때문에 그 학교 여학생들과 불편해졌던 일,

특별한 반찬 없이 밥을 고추장에 비벼 먹고도 10킬로 가까이 쪘던 나의 몸무게는 인생 최대흑역사로 남아있다.

친구들의 외모 또한 나날이 현지화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말을 건네 순박한 시골 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때로 으쓱했다.

     

밤을 새워 놀아도 뭐라 하는  없는 자유가 좋았다.


매일이 파티였고 매일이 진실게임이었다. 파자마 바람으로 맥주를 짝으로 사들고 와서는 동틀 때까지 마셨다.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으며 "우리 나중에 다 고위관직 돼서 만나자!"  경쾌하게 잔을 부딪쳤다. 쌓인 빈병은 자랑스러운 전시품으로 복도에 줄을 세웠. 사소한 것들로 까르르 웃고 끅끅대며 울고. 

그날의 우리는 자유로웠 또 이 없었.  


스물둘,

마음은 아직 소녀였던 그 시간에 우리가 있었.

     


     

연고 없는 먼 으로 시집간 친구 D를 몇 년 만에 만나는 날, 그간의 이야기를 풀기에 4시간은 턱없이 짧았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D 리가 잔을 부딪치며 외쳤던 '고위관직' 에 가장 가까워졌.

두 명은 제주에 터를 잡는다. 한 명은 이미  , 한 명은 이주를 앞두고 있다. 이의 교육 환경과 삶의 만족도 등 각자의 이유로 선택한 것이지만, 다섯 명 중 두 명제주에 살게 되다니. 말이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우리가 제일 잘해!" 라18년 전 중국어 실력은 어디로 갔는. 중국어 교사를 하고 있는 C가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전공이 업이 되니 즐겁지 않다고 하긴 하지만.ㅋ


아무튼 나는

그 시절 그 소녀들을 사랑한다.


카메라 어플의 힘을 한껏 빌어 20대의 매끈한 피부를 연출하는 것이 민망하지 않다. 시답잖은 농담과 가슴 저릿한 삶 이야기를 오가는 정신없는 대화도 즐겁기만 하다. 


지금껏 그랬듯이 다섯한 자리에 모이는 날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제주에서 그 만남이 성사된다면, 우리의 흑역사가 담긴 사진 한 장 꼭 들고 가려한다.


일조 해변에서 10원짜리 선글라스를 쓰고 요상한 포즈로 찍은 헛웃음 나는 사진들.

철없지만 자유로웠그때 그 소녀로

한 번쯤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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