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멈춘 단지 내 물놀이터가 3년 만에 재개장한다. 애나 어른이나 더운 여름엔 물이 최고인가 보다. 아파트 커뮤니티도 들뜬 분위기다. 이에 발맞추어 입대의에서도 개장 이벤트를 준비했다는데! 아이들에게는 풍선과 솜사탕 아이스크림을, 어른들에겐 커피와 음료를 나눠주는 행사란다. 누구나 줄순 없으니 미리 배부하는 입주민 손목밴드를 착용해야 받을 수 있다고.
다만 이 손목밴드는 한정수량이다.ㅋ
오늘 아침 등원길, 관리사무소 앞엔 이미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손목밴드를 받으러 나온 입주민들, 좀 더 정확히는 입주민엄마들. 그 긴 줄에 아빠는 단 한 명이다. 젊은 아이 엄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유모차나 킥보드를 밀며 전진한다. 마스크로 살필 수 없는 표정은 짐작컨데 밝다.
관리사무소 업무가 시작된 9시다.
"너희들 데려다주고 오면 한참 기다릴 수도 있겠는데?"
혼자서도 몇 번 등원한 적이 있는 큰아이에게 동생을 잘 챙겨 가라고 한 뒤 그 줄 끝에 섰다. 살다 살다 관리사무소 오픈런을 할 줄이야.
요즘 맘카페에서도 sns에서도 엄마들의 이슈는 단연 포켓몬 빵 구하기다. 빵 맛이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다. 빵과 함께 들어있는 '띠부씰'에 아이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다.
띠부씰은 만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이 그려진 스티커인데 인기만큼 구하기가 힘드니 가치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검색해보면 캐릭터별 가격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놀랄만한 높은 가격이다. 실제로 이 가격에 거래가 되는지 확인하지 않았으나 정말 그렇다면, 이 띠부씰은 어떤 아이에겐 단순한 소유의 욕구를 넘어 현금화가 가능한 매력적인 수단일 것이다.
최근 집 근처에 문을 연 대형마트 주차장엔 포켓몬빵 번호표를 받으려는 엄마들로 아침부터 북새통이다. 내가 마트에 가는 시간엔 입구 앞에이런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오늘의 포켓몬빵 번호표는 마감되었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까지 이 포켓몬빵 전쟁(?)에 합류하지 않았다. 포켓몬 카드 모으기에멈춰있는 것에 감사하며..어느 날 아이가 띠부씰이 너무 갖고 싶다고 한다면?
모를 일이다.늘어선 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온몸으로 찌는 더위와 싸우고 있을 지도.
줄서는 엄마는 오프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초 세웠던 계획 중 하나, '월 1회 아이들과 함께 공연 보기'이다. 작년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던 것을 코로나가 풀리고 둘째가 6살이 되면서 시도했다. '매일 30분 책 읽기'와 '주 3회 운동 하기'는 보기 좋게 실패했지만, 이것만큼은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다.
연초에는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 뮤지컬을 보았는데, 스스로 책 읽는데 관심이 없던 첫째 아이가 몇 번이고 그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지난달에 본 알라딘 뮤지컬은 둘째 아이가 알라딘 OST와 자스민 공주에 흠뻑 빠지게 했다. 요즘 도서관에서 가장 애정 하는 책도 <<디즈니 프린세스 백과>>ㅋ 이렇게 아웃풋이 강력하니 엄마 또한 적극적일 수밖에?
티켓도 온라인 오픈런이 중요하다. 조기 예매를 하면 30프로 정도 저렴하게 예매할 수 있고,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는 더 치열하다. 며칠 전엔 방학중 볼 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오픈되자마자 들어가 앞자리를 클릭했는데, 누를 때마다 뜨는 알림창!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몇 번의 도전 끝에 겨우 G열을 예매했다. 0.1초를 다투는 클릭 싸움! 아깝다! 요즘 엄마들에게 요구되는 정보력과 순발력. 아이들을 위해 줄을 서는 엄마가 되면서 절실히 느낀다.
누군가는 극성맞다 할지 몰라도,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최대한의 경험과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 줄을 서는 엄마가 되는 건 아마도 대부분의 기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