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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준맘 May 29. 2021

4화. 다시 만난 세계

누구나 마음에 품었던 꿈 하나쯤 있다

누가 봐도 아마추어 냄새가 폴폴 나는 편집, 단박에 클릭을 부르는 강렬함 따윈 없는 썸네일, 아이들이 나오지만 온전히 키즈 영상은 아닌 모호한 정체성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 태도만큼은 백만 유튜버 못지않다. 편집 막바지로 갈수록 가슴두근댄다. 네다섯 시간을 보고 또 보며 편집한 영상인데 업로드한 뒤에도 자꾸만 보고 싶은 건 왜일까? 조회수 하나 댓글 하나에 입꼬리가 사정없이 올라간다. 근 몇 년간 내 마음이 이토록 풍요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처음엔 나도 이해가 안 갔다. 이렇게까지 신날 일인가 싶어서.

  



여유롭진 않았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던 우리 집, 그 안에서 난 늘 선을 벗어나지 않는 생각과 행동을 유지했다. 성적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지만 특출난 것도 없었다. 도저히 심화와 응용이 되지 않는 수학은 태생부터 갖지 못한 능력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국어 시간을 좋아했고,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에 카리스마 넘쳤던 국어 선생님을 좋아했다. 요란스러운 사춘기 히스테리는 없었다. 다들 가는 학원도 나와는 맞지 않는다며 학교와 집만 오갔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나름의 낭만은 있었다. 매일 밤 들었던 라디오. 전파의 흐름에 귀를 열고 이러쿵저러쿵 시답잖은 생각들을 썼다. 그 시절 여자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교환했다. 지금 읽어보면 상당히 오글거리는, '26살쯤에는 난 누군가와 결혼을 했겠지.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의 커튼을 걷어 빨래를 했을 거야.'와 같은 황당한 이야기들 말이다.


라디오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나의 꿈은 줄곧 방송 쪽이었다. 어색한 표정의 졸업사진 아래 함께 적힌 장래희망. 중학교 때는 신문 기자, 고등학교 때는 방송 PD였다. 하지만 평범했던 아이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 열의와 실행력이 부족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교 방송국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과 생활은 거의 포기하고 와야 한다는 선배의 에 포기다. 장래희망은 말 그대로 희망으로만 끝났다.   


누구나 마음에 품었던 꿈 하나쯤 있다.


시골 작은 방송국보다도 작은 공간, 난 그곳에서 희망으로 끝날 뻔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매일 아침 6시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던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뒤로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어제보다 풍요로운 이유는 다시 만난 세계, 그 안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꿈, 간절하지 않았기에 시작해보지 않았던 꿈. 어느 날 어느 시간 시나브로 그 세계가 펼쳐질지 모른다. 그때 두려워 말고 시작하기를. 품었던 꿈을 희망으로 묶어두지 않를.


언젠가 다시 만날 당신의 세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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