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너같은 인싸가 없어. 유튜브도 하지, SNS도 열심히 하잖아. 니가 인싸가 아니면 누가 인싸야?!"
이사온 지 4개월 째,가까이 지내는 이웃이 없다. 인사는 해야지 싶어앞집 윗집에 빵을 사들고 갔었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인상은 수더분했고, 두 집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며칠 뒤엔 다른빵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 빵봉지를 사이에 두고 나눈 몇 마디. 그 짧은 시간에도 느꼈다. 빵봉지에 담긴 건 빵만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기대감임을. 그러나 여전히, 관계는 시작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멈춰섰다.
얼마 전엔 집 앞에서 앞집 엄마를 만났다. 선한 인상과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분명 인간적 매력을 느꼈다. 커피 한 잔 하러 오시라며 번호도 교환했건만,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확인했건만. 거기까지. 그 이상의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내가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상황은 반복된다.
며칠간 이어진 궂은 날씨는 날 더 침잠하게 했다.대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가 축축하게 습기를 머금은 나무 의자, 테이블, 마루로 가득한 카페의 습습하고 쿰쿰한 향기에 집중했다.
한동안 핫했던 MBTI 는 유행이 지나고서야 해봤다.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는 설문이 귀찮아 몇 번의 시도만에 알게된 나의 성격 유형은 ESTJ. 구구절절한 분석 내용을 끝까지 읽고싶진 않았다. 맨 앞의 E(외향성)가 I(내향성)와 52대 48의 비율로 엇비슷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모두들 나를 외향적이라고 하는데. 인싸라고 하는데. 고작 수치상으로 4퍼센트의 차이라니.
E와 I가 엇비슷한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한 글에서 재밌는 내용을 발견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울릴 때 즐겁고 에너지를 얻지만,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 역시 편안함과 기분 좋음을 느낀다는 것.
의문이 풀렸다. 언제부터인가(아마도 육아를 하고부터?) 혼자만의 시간이 좋았다. 타인에게는 조금씩 무관심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다. 불필요한 말은 안 하고 싶었다. 멋진 척하긴 싫지만 멋져 보였음 했고, 다 보여주긴 싫었지만 은근히 드러내고 싶었다. 관심은 고마웠지만 누군가와의 새로운 시작은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주었다.
오늘도 나는 나와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이란 이름으로 남긴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고 어디에 가고 어떻게 사는지. 그러나 보여주고 싶고 숨기고 싶은 양가적 감정은 늘 공존한다. '인싸'와 '아싸' 사이 그 어딘가를 표류중인 나는 불안할 것도 답답할 것도 없다. 내가 원래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뿐. 굳이 한쪽으로 정착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