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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준맘 Jun 11. 2021

보내는 마음, 맞이하는 마음

우리의 첫 매트에게

2016년 3월 첫째 아이의 탄생부터 함께한 알집매트를 오늘 보냈다. 천 원짜리 폐기물 스티커 두 장이 붙어 분리수거장 벽에 속절없이 기대선 매트가 애처로웠다. 아이의 성장과 우리 가족의 역사를 오롯이 함께한 녀석을 보내려니 마음이 짠하다.


누구에게라도 물려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할 만큼 수명을 다해버렸다. 군데군데 코팅은 벗겨져 끈끈했고, 아이의 오줌과 각종 음료가 스며들어 곰팡이가 피었는지 쾨쾨한 냄새 어찌할 방도가 없다.


매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작은 신혼집. 세상의 빛을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생명체는 아담한 거실 가운데 한 장의 매트 위에서 스스로 몸을 뒤집었고, 머리를 들어 천장을 보았고, 두 팔을 뻗어 앞으로 나아갔고, 직립 보행을 완성했다. 부부 역시 그에서 어설픈 초보 엄마 아빠에서 조금씩 다듬어진 부모의 모습으로 성장갔다.


그래서일까,

두고 오는 마음이 무거워 마지막을 사진으로 남기고서야 겨우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우리 집에는 총 다섯 개의 매트가 더 생겼다. 집은 조금씩 넓어졌고,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활동량은 왕성해졌다.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추가된 매트에는 첫 매트에 쌓인 잔잔하고 소소한 기쁨과 추억같은 건 사실 없다. 뛰지 말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 두 아들의 발소리에만 신경이 곤두섰을 따름이니.


오후에는 몇 년 전 지역 맘 카페에서 중고로 구입했던 쌍둥이 유모차를 당근 마켓에 올렸다. 연년생 키우며 알차게 사용한 아이템인데 중고로 고 사용감이 많아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그런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알림이 계속 온다.

"당근! 당근!"

좀 더 받아도 될 뻔했나?


이 녀석도 내일이면 우리 곁을 떠날 것 같다. 

예쁜 아이들 태우고 좋은 추억 많이 쌓기를!


새로운 식구도 생겼다. 그간 자전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첫째가 어제 친구 자전거를 타보고는 완전히 꽂혔던 것이다. 지금이 때인가 싶어 재빠르게 검색해 컨디션 최상급의 자전거를 구해 데리고 왔다.


솔직히 새 자전거보다  같은 나이의 매트가 사라진 걸 먼저 알아채 주었으면 좋겠는데. 역시 엄마의 욕심. 청량한 파란색의 첫 자전거를 보자마자 눈이 멀어버린 아들은 다른 것은 안중에 없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집으로 들고 나는 것들이 있다. 함께한 시간과 쌓인 추억만큼 보내는 마음은 서운하지만, 그 자리에 채워진 새로운 물건들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겠지 생각하며 위안하는 밤이다.


폐기물 어딘가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있을 매트에게 아들을 대신해, 우리 가족을 대표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보낸다.


오늘은 첫 매트 위에서 남긴 아이의 추억 사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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