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잘 지내길..
1. jtbc 마라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날만을 바라보며 더운 여름 열심히 달렸다. 이제 마무리 훈련에 들어갈 시기다. 늘 계획 없이 살아가던 나지만, 이번엔 제대로 마무리해보고 싶었다. 며칠 남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하루 하루 해야 할 훈련을 정리하려 했다. 달력을 보고 며칠 남았는지를 세어보았다. 딱 15일 남았다. 아내는 카카오톡에 D-day 기능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중요한 날을 등록해 놓으면, 며칠이 남았는지 매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11월 3일을 선택하고, 뭐라 적어야 할지 고민했다. 'jtbc 마라톤'이라고 쓰려다가 '마라톤'이라는 글자는 지우고 'jtbc'만 남겼다. 내 프로필에는 'jtbc d-15'라는 글자가 떴다.
잠시 후 카톡이 왔다. 1년 전에 가르쳤던 선한 마음결을 지닌 아이였다.
"선생님, jtbc 방송 나가세요? 축하드려요!"
앗.. 이게 그렇게 보일 수가 있구나. 얼른 프로필을 수정했다. 'jtbc'라는 글자를 지우고 그냥 점을 하나 찍었다. 그리고 제자에게 답장을 했다.
"아니! 선생님 방송 나가는 게 아니라 마라톤 나가는 거야."
"jtbc라는 마라톤이 있어요?"
"응. 중학교에서도 잘 지내고 있지?"
"네! 잘 지내고 있어요"
2.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2년 전 가르쳤던 제자에게 온 카톡이 있었다. 농구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선생님, 대박! 축하드려요."
느닷없는 축하에 당황스러웠다.
"뭐야? 왜?"
"선생님, 책 쓰셨네요! 완전 대박!"
그제야 축하의 이유를 알았다. 내가 쓴 책을 들고 찍은 프로필 사진. 그 사진을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프로필 바꾼 지 반년이 다 돼 가는데...
"고맙다. 운동 지금도 열심히 하지?"
"네! 선생님, 저 지금 데드리프트 125kg 들어요. 벤치프레스는 90kg 성공했어요."
"그게 더 대박이다. 이제 선생님보다 더 세네. 중학교 가서 헬스만 했냐?"
"ㅋㅋㅋㅋ"
"중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지?"
"네! 잘 지내고 있어요."
3. 그날 오후, 퇴근 후 집에 갔는데 한 문자를 받았다. 또다시 1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였다. 어제, 오늘 무슨 날인가? 이렇게 연속적으로 연락이 온 적은 없었는데... 아무튼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 저 J인데요, 쌤이 쓰신 책 엄마가 사주신다 해서 읽어볼게요. 선생님 항상 힘내세요."
오늘 정말 힘들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미소를 지으며 답을 했다.
"J야 고맙다."
그 아이가 자전거를 좋아하던 게 생각나 한 마디를 덧붙였다.
"선생님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뚜르 드 프랑스 다큐멘터리 봤다. 네가 전에 글쓰기 공책에 '뚜르 드 프랑스'나가고 싶다고 썼던 거 생각나더라. 재밌으니까 시간 날 때 한 번 봐."
"넵 가끔 경기만 봤는데 다큐도 한 번 보겠습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지?"
"네! 잘 지내고 있어요."
4.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도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