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오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우연히 책상 위에 올려둔 캐나다행 항공권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예약 버튼을 눌렀을 때의 설렘은 여전한데,
그 설렘 아래 작은 파도처럼 번지는 ‘현실적인 걱정’이 함께 밀려오더군요.
여행은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 사이로 조용히 숫자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환율표에 찍힌 작은 변화 하나에도 감정이 흔들리고,
오늘은 해야 할 것 같다가도 내일은 조금 더 기다리면 나아질 것 같아
손끝마저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여행 준비라는 건 어쩌면
‘기다림’과 ‘선택’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더 나은 순간을 고르기 위해 마음이 앞서거나,
때론 뒤로 물러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저녁, 환전 앱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던 습관을 내려놓고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셨습니다.
따뜻한 향이 퍼지는 순간,
머릿속에는 캐나다의 겨울 공기,
나무 냄새가 섞인 호숫가 풍경,
그리고 낯선 도시의 밤을 스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두려워한 것은 환율 그 자체라기보다는
‘떠남을 대하는 제 마음의 모양’이었던 것임을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흔들림,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아가는 감정들까지도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한국의 환율은 무섭도록 올라가고 좀처럼 내려갈 줄을 모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불안한 마음 위에 설렘을 조금씩 덧칠해보려고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행은 결국 ‘떠나고 싶은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해주듯이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천천히,
떠날 날을 향해 마음을 정리해 봅니다.
환율이 잠시 나를 흔들어도,
떠나고 싶은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