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특수교사가 목격한 부모들의 회복탄력성에 대하여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특수교육 현장에서 보냈습니다.
제 역할은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었지만, 사실 그 시간 동안 저에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것은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온 부모님들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아이의 진단명을 처음 받아 든 날, 부모님들은 세상에서 가장 혹독하고 차가운 땅 위에 서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육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근본이 흔들리는 고독한 전투였습니다.
저는 수많은 부모님들이 그 땅에서 좌절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것이 바로 심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역경의 순간, 삶의 방향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내면의 힘을 길러낸 부모님들의 조용하고 위대한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은 '통제할 수 없음'을 직면할 때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고치려 애쓰고, 상황을 바꾸려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회복탄력성을 키운 부모님들은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진단명에 매달리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것, 나의 태도에 집중하자.”
이것은 포기가 아니라 수용입니다.
마치 억지로 펴려 했던 아이의 손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잡아주는 순간처럼, 부모님들은 스스로에게 휴전을 선언합니다.
이 깊은 수용이 바로 에너지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첫걸음이 됩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모님들은 자신을 돌볼 틈 없이 오로지 아이에게만 모든 것을 쏟아붓던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높은 부모님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이기심'이 아니라 '의무'로 정의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번,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그 10분.
아이를 돌보는 강철의 부모가 아닌, 잠시 숨 쉬는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나 자신을 먼저 채워야 아이에게 맑은 물을 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가 곧 장애 자녀 양육이라는 장거리 여정을 완주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됩니다.
회복탄력성은 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고독은 부모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병입니다.
제가 만난 성공적인 부모님들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먼저 문을 열었습니다.
특수학교 모임, 온라인 카페,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손을 잡는 순간, '나만 겪는 일'이라는 고독한 착각이 깨집니다. 수많은 손이 겹쳐 만들어내는 지지(Support)의 울타리 안에서, 부모님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연결이야말로 역경 속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따뜻한 방패입니다.
30년의 세월은 저에게 회복탄력성은 특별한 능력의 문제가 아님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태도와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분들은 역경을 '나를 멈추게 하는 불운'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귀한 재료'로 기꺼이 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혹독한 땅 위에 서 있다고 느끼는 모든 부모님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과 땀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바로 당신의 마음을 단단하게 벼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인한 회복탄력성이라는 꽃을 피우게 할 것입니다.
당신의 위대한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