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머무름 사이 어디쯤에서
떠나기 전에 미리 챙겨둔 것들
처음 캐나다를 향한 비행기 표를 손에 넣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설렘보다 ‘준비’였습니다.
멀리 떠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챙기는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죠.
짐을 싸는 저녁마다 방 안엔 작은 소리들이 켜켜이 쌓였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지퍼를 여닫는 소리, 고민하다 멈추는 숨소리들.
그 속에서 나는 떠남의 무게를 조금씩 배워갔습니다.
캐나다는 한국과 닮은 듯 다른 나라예요.
겨울은 조금 더 길고, 사람들은 조금 더 느긋하며,
필요한 것들은 조금 더 비쌉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여행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의 장기 머무름까지 생각하며
’준비’라는 단어를 오래 붙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가방에 하나둘 들어간 준비물들은
결국 여행 중 제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 조용한 조력자들이었어요.
오늘은 그 조용한 물건들,
제가 캐나다로 떠나기 전 꼭 챙겼던 15가지 준비물을 담담하게 나누어보려 합니다.
종이 한 장이 주는 안정감은 참 묘해요.
공항처럼 벼랑 끝 같은 공간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찬바람에 금세 시려오는 손과 귀를 따뜻하게 감싸준 장갑과 비니.
차가운 공기가 옷 안으로 스며들던 그날,
이 작은 물건들이 누군가의 온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길을 걸을 땐
낯설지 않은 신발이 가장 든든했습니다.
여행 중엔 몸이 신호를 주지 않고 무너질 때가 있죠.
그때마다 작은 약통은 마음까지 안정시켜 주었습니다.
낯선 거리를 걷는 동안
지도와 번역기가 나의 작은 나침반이 되었기에,
이 친구는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주었습니다.
건조한 공기 아래,
이 두 가지는 작은 위로 같았어요.
추운 바람 속에서 한 모금의 온도는
낯선 도시와 나 사이의 거리를 조금 줄여줬습니다.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다는 건
여행 중 의외로 큰 안정감을 줍니다.
운전경력증명서, 증명사진 몇 장.
지금은 필요 없더라도, 미래의 나를 위해 챙겨둔 것들입니다.
어떤 하루든, 결국 나와 하룻길을 걷는 건 이 가방이니까요.
캐나다까지의 여정은 생각보다 긴 준비의 연속이었지만
돌아보면 그 과정 하나하나가 떠나는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짐을 싸는 손끝에, 나는 조금씩 변했습니다.
두려움 대신 설렘을, 긴장 대신 여유를 품는 사람으로.
혹시 지금 캐나다를 준비하고 있다면,
당신의 가방에도 작은 확신들이 천천히 쌓여가길 바랄게요.
떠남이 준비될 때, 여행은 훨씬 더 부드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