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는 해외여행은 소용이 없으니 안 가느니 못하다?
어차피 기억도 못할 거니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웃고 넘기지만 나는 아이의 기억 여부나 아이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기억력을 테스트해보자면
3살, 4살 때는 어제 함께 놀았던 것도 기억을 잘 못했던 것 같다.
5살이 되면서 그 기억력이 점차 길어지더니 일주일 전, 한 달 전에 있었던
인상적인 일에 대해서 기억하고 먼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5살 이후부터 여행을 가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생각보다 더 어릴 적부터 주변을 관찰하고 느끼고 공감하여 왔다.
여행을 가도 아이에게 이런 여행을 다녀왔노라
이런 체험을 했노라고 기억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것을 기억하는지 못하는지가 아니라
그때에, 그 다른 공간에, 아이가 있었다는 그 자체이다.
기억이 유형적이고 손에 잡히는 기록이라고 한다면
그때의 느낌, 색다름, 공기, 보지 못했던 색상의 조합 등 무형태의 단편적인
것들은 무어라고 말할까? 마치 그림 속에 내가 들어가는 것처럼 생경한 느낌
나는 아이의 기억을 조작하고 조장할 불순한 의도 대신,
아이의 풍경, Background Image를 반복적으로 다르게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예를 들어보자.
나에게 군대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많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그리고 그 기억들이
내 행동과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는 것을 알겠다.
다만 특정 기억이 아니더라도 가끔
가장 추운 한겨울에 코 안쪽을 얼렸다 녹이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나를 그 시절 그 풍경으로 가져다 놓을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하는 이유, 새로운 것을 겪는 이유는
아이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새로운 풍경 속에 나를 가져다 놓고
그 색다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유형의 기억을 남기지 않아도
그때 보았던 색깔이 어렴풋이 기억에 회색으로 남아 있어도,
그때의 어려움만 그것을 헤쳐나가려고 땀을 흘렸던 느낌만 남겨주어도 된다.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에 번뜩, 여행 때 느낀 그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면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자주 일어나게 한다면
그것 만으로도 아이의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정신의 성장이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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