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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Dec 23. 2022

이야기가 재미있나요

검열의 시간

그림책 만들기 작업을 하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자체 검열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혼자만의 작업은 내 글만 보며 쓰는 경주마 같거든요. 이 이야기가 나만 재미있는 건 아닌지, 억지스러운 부분은 없는 건지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림책 관련 인강을 다시 돌려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작업 중인 그림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것을 혼자 고민하고 대입해 보며,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제자리걸음 같았습니다.


그러다 아무리 공모전 준비 중이라 해도 주변 지인들에겐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제야 이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제 머릿속엔 당연하게 ‘공모’하면 자동으로 ‘비밀유지’가 따라붙습니다. 제가 여태껏 참여했던 ‘공모’라는 게 국가 조달청에서 나오는 박물관 전시설계 공모일이었거든요. 이 공모는 제출일까지 같은 회사 타 부서에서조차 내용을 알지 못하도록 철저한 비밀을 요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공모 도전이 처음이다 보니,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고 몇 분께 보여드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전시공모 할 때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적어도 그림책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분들이니, 아직 세상밖에 나오지 않은 이 그림책을 처음으로 타인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 일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이 그림책을 끌고 갈 사람은 저와 신랑이지만 지인분들의 의견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워주기도 했고, 뜻밖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림책을 시작할 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지’란 생각에 독자를 가르치려 들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을 보는 사람은 감동받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데, 억지로 ‘이 내용은 이걸 말하는 거야. 자~ 감동받았지?’라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제가 왜 그림책을 좋아하지,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에 대해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림책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각자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둬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백이라… 채우는 작업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꼭 필요한 작업임을 인정하기에 빨간펜을 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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