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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Dec 27. 2022

괜찮은 외도

딴짓 중입니다

역시 덜어내는 작업은 쉽지가 않습니다.

펜을 들었다 놨다, 억지로 든 펜으로 꾸역꾸역 쓴 글은 벅벅 그은 선 뒤로 숨겨버리기를 반복하는 일이 며칠 째…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정하고 딴짓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브런치 여러 작가님들의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며 나와 비슷한 부분을 찾아 공감해 보기도 하고,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선택과 판단에 화도 내다가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어찌나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한 삶들이 많은지…,

우스개 소리로 예전에 방영했던 TV프로 중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랑과 전쟁’이라는 이혼조정 프로그램이 실제 사연의 수위를 좀 낮춘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사연들이 실제로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 잣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행적을 쫓아보니 그리 다이내믹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사건의 시간에서 점점 멀어져 머릿속 깊은 곳에 처박아 두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을 테 고요.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님의 산문집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만들고 있으니 힌트라도 얻어볼까?’란 심산보다는 아예 없진 않겠지만…,

진짜 이유는 ‘이 작가님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 책을 출간한 작가님도 작업할 때 힘드셨을지도 궁금했죠. 팬심이 희한하게 발동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아바타 II‘를 보았습니다. 13년 만에 다시 만난 외계 친구는 저처럼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너무 리얼한 CG는 이들이 실제 생존하는 종족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한 컷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3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을 잘 버텨내기 위해 음료는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꽉 찬 상영관은 코로나 이전의 주말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비록 따끈했던 커피가 미지근해지고 엉덩이가 좀 아팠지만 단순한 영화 감상이라기 보단, 영상을 보는 놀이기구를 타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실제 이야기가 주는 감동과 판타지가 자아내는 감동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이 둘을 놓고 어느 것이 더 훌륭하고 재미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더 나아가 나의 그림책 이야기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괜찮은 외도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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